지하철 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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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스크바가 그래도 자랑하는게 세 가지가 있다. 크렘린궁과 모스크바대학, 그리고 지하철이다.
역의 플랫폼들은 대리석과 샹들리에, 벽화와 조각작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그 호사스러움은 마치 지하궁전을 방불케 한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스탈린」이 후세에 그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쟁을 예상한 「스탈린」은 지하철을 방공호로 이용하기 위해 아주 깊게 건설했다.
역마다 장식과 설계는 물론 다르다. 역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천장을 장식하는 휘황한 샹들리에와 모자이크 벽화가 눈길을 끈다. 통로엔 조각들도 있다.
스웨덴 스록홀름 지하철의 오덴프란역 지하2층엔 지하철박물관이 있다. 가장 오래된 전차을 간판 대신으로 장식해서 역을 식별토록 하고 있다.
파리의 지하철도 예외는 아니다. 로댕박물관 앞 역엔 「로댕」의 조각작품 모작들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의 기분이 물씬 난다. 벽화들은 주로 현대감각이 넘쳐 흐르는 추상적 구도를 보여준다. 미국의 워싱턴역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지하철도 이제 미적감각을 고려해서 장식될 모양이다.
내년 상반기에 개통될 3, 4호선 47개역들이 천연색 타일벽화로 장식된다.
그 벽화들은 단지 미적 감각을 만족시키는데 그치는 건 아니다. 승객의 지루한 여행에 피곤감을 덜어준다.
더 중요한건 실용성이다. 역구내에 몇군데 밖에 설치돼 있지 않은 역표지를 채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벽의 그림을 보고 당장 도착역을 가릴 수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겐 더욱 필요한 표지다.
벽화가 역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고증도 따라야겠다.
구파발역은 파발마로, 잠원역은 베틀과 누에로, 압구정역은 기러기로 장식된다고 한다.
벽 장식 외에도 천장 아치 장식도 마련된다.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중앙청역엔 아치천장과 함께 전시장도 마련된다..
서울을 상징하는 조각품들도 새워지고, 최고급 건축재와 조명시설로 궁전 같은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그게 흉내나 치장에 그쳐서는 안되겠다. 먼 홋날까지 예술미를 보여줄 공들인 작품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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