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되면 일·대만과 경쟁불능|"설마"가 현실로…미의 컬러TV 덤핑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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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음놓고 있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 미국으로부터의 컬러TV 덤핑판정이다. 미국이 한국제품에 대해 덤핑마진율 판정을 내려보았자 3%이상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2월24일에 있었던 미상무성의 최종판정은 이의 4배를 훨씬 넘는 평균13·9%나 되었다.
미국은 작년말에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 컬러TV의, 덤핑여부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는데 실제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컬러TV가격(FOB)이 한국국내 시장가격(세전공장도가격)보다 평균13·9%나 싸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작년10월24일 미상무성은 예비판정에서 3·15%의 덤핑마진율이 있다고 했었다.
미상무성의 최종판결이 효력을 발생하려면 민간기구인 ITC(미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한국산컬러TV가 미산업계에 분명히 피해를 주고 있다」는 최종판정 (4월9일예정)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의 수입가격이 수출국 국내시장에서 보다 0·5% (덤핑마진율) 이하일 때 이를 불문에 붙이고 있으나 이 기준을 넘을 때는 수입가격에 대해 덤핑마진율 만큼 관세를 더 물리고 있다. 한국산 컬러TV의 정우 덤핑마진율을 평균13·9% 적용할 경우 수출가격이 그만큼 높아져 국제경쟁력을 잃게 된다.
국내메이커가 미국에 수출하는 컬러TV의 시장점유율은 3·5%에 불과하며, 컬러TV의 70%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13인치짜리여서 미국업계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것이 정부나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 전자공업진흥회는 13인치 컬러TV수출품에 대한 덤핑마진율이 미상무성 판정대로 확정되면 실제 수출가격은 일본이나 대만의 1백40달러보다 9·8%나 비싼 1백54달러가 된다고 밝혔다.
일본제품은 지난68년에 덤핑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수출가격을 낮추어 왔으며 이번에 한국제품과 같이 제소된 대만산 컬러TV는 최종판정에서 덤핑마진율이 5·46%로 나타나 이 비율대로 관세를 더 물게 된다면 컬러TV의 대미수출가격은 1백33달러에서 1백40달러26센트가 된다.
상공부나 전자업계는 미상무성이 한국산 컬러TV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리면서 덤핑마진율을 계산할 때 ▲유통마진 ▲금융비용 ▲대손상각 ▲광고선전비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특히 컬러TV 수출품은 국내시판제품보다 다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상무성이나 ITC에서 내린 판정이 보다 완화되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업계는 선거를 의식한 미행정부가 당초 방침대로 한국컬러TV에 대해 가혹한 규제를 밀고 나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지 미통상협정법에 따라 재심청구를 내어 미측이 덤핑마진율을 다시 조사해주도록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절차를 밟는데는 적어도 10개월이상이 걸린다. 올해 한국은 미국에 4억달러어치의 컬러TV를 수출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컬러TV 이외에 미상무성에 제소되어 있는 품목은 타이어튜브·철강제품등 12개나 된다. 미국은 한국의 「제2의 일본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수입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종합대응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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