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부녀' 부대 전우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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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중위 이미희는 2005년 12월 1일 부로 대위로 진급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1일 오전 경북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 단장실. 훈련단장에 대한 진급 신고가 끝나자 이 부대 이명기(51.(左)) 원사가 이미희(26.(右)) 대위의 어깨에 계급장을 달아 주었다. 부대장인 양수근 단장이 계급장을 달아 주는 것이 관례지만 이 날은 이 대위의 아버지인 이 원사가 대신했다.

이같은 이색 진급식은 해병대 사상 처음으로 부녀가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점을 고려해 부대 측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이 원사와 이 대위는 지난달 1일부터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교육훈련단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대구 계명대 출신인 딸은 장교 시험을 거쳐 2002년 7월 소위로 임관한 뒤 이듬해 12월 훈련단에 배치됐다. 이 원사는 경기도 연평도 지역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1일 이 부대로 전입했다. 아버지 이 원사는 만 30년 간 부사관으로 근무한 해병이다.

이 대위는 훈련단에서 장교 후보생 소대장으로, 아버지는 인사행정처 인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근무하는 사무실이 떨어져 있어 부대 안에서는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다 딸과 마주치면 깍듯이 경례를 한다.

이 대위는 "존경하는 아버지가 곁에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이 원사는 "딸과 함께 근무하다 보니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며 밝게 웃었다.

이들 부녀는 함께 출.퇴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직업이 같다 보니 대화 소재가 많은 것도 좋다고 했다.

이 대위는 "아버지처럼 열심히 근무해 전투 부대의 연대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원사는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해 딸에게 모범을 보이는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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