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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성완종씨의 비극적 선택, 검찰은 책임 없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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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어제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수백억원대의 해외 자원개발금을 불법 대출받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그는 숨지기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법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외 자원개발을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평생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울먹였다. 그러고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집을 나가 북한산에서 목을 매 숨졌다.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신문 배달과 약 배달을 했다고 한다. 종잣돈 1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2조원대의 기업을 일궜다. 2002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을 비롯해 모두 세 차례 법정에 서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려고 했던 그다. 입지전적인 기업인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국민의 시선은 검찰로 향하고 있다. 혹시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는지, 모욕적인 언사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이완구 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발언 이후 시작된 검찰 수사가 매끄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 총리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검찰이 포스코, 경남기업, SK 등을 상대로 일제 단속식 수사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구호와 함께 각 검찰청에서는 기업 비리에 대한 보여주기식 수사가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들이 실적 내기에 급급해 토끼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해야 자원 비리와 기업 비리 수사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기회에 검찰 수사의 관행을 확 뜯어고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1년간 검찰 수사 와중에 11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중 8명이 숨진 사실은 대충 넘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