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한 화랑..."시간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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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예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지나치게 조급한 우려일까.
축구국가대표 화랑팀 향한 시각이 착잡하다.
숙원의 울림픽본선진출을 위한 최후의 관문은 약 한달반 남아있고 현재의 전력은 지극히 혼미스럽다.
『한달반의 시간에 더 기대를 걸어보자』는 일부의 긍정론에 대해 『축구란 결코 단시일에 걸작품을 창조해낼 수는 없다』는 부정론이 더 거세게 일고있다.
화랑에 대한 비판론이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논란의 진폭이 매우 크다.
현재의 화랑은 지난연초 이래 일련의 실전테스트에서 이길용을 두드러진 찬스메이커와 꼴게터로 등장시켰다. 이것이 화랑이 내포한 문제의 좋은 본보기다.
축구전문가들의 판단으로는 이길용을 걸코 국내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유한 스타폴레이어로 보지 않는다.
작년이래 박종환감독과의 갈등으로 징계를 당한 이태호, 변방주, 최순호등이 이길용을 오히려 능가할 정도라는데 거의 이견이 없다. 만약 이길용에다 또 이둘을 가세한다면 화랑은 당장에 상당히 강화될 것이 아닌가하는 명백한 대안이 있는 것이다.
들꿇는 여론에도 불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같지는 않다. 박감독의 강직된 자세와 야심때문이다.
그는 한사코 비판론자들이 과장하여 표현하는「오합지졸」로써도 경이적인 금자탑을 새워볼 수 있다는 고검이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박감독이 소영웅적인 심리로 화랑을 도박판위에 올려놓고 있다』고까지 혹평하기도 한다.
박감독의 화랑은 선수개개인의 미숙을 감수한 채 조직력과 속도전을 강점으로 살겠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2윌25일 청소년대표팀과의 첫공개평가전에 이어 1일 서독프로의 강호 퓌셀도르프와의 정기에서도 그러한 이미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화랑은 공격에서 중앙돌파만을 노리며 측면의 공간을 이용할 줄 모른다든지, 한국축구의 고질적 병폐인 맹목적인 고공센터링을 남발한다든지 하는 것, 또 수비의 당황이 꼬리를 물고, 미드필드에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것, 거기에다 공수전환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으며 논스톱패스에 지극히 미속하여 패스를 받으면 볼룸 스톱시키기 일쑤이며 개인기가 모자라 볼컨트롤을 하는 광경을 보는 관객의 눈이 당당함을 금치 못하는 것등 헛점투성이였다.
화랑은 지금까지 연습게임에서 급조의 청소년대표에 거듭 1-0으로 신승한 것을 비롯, 한양대에겐 패하기도 했으며 할렐루야·대우등 프로팀에도 열세있다. 고려대가 연습경기에서 대우를 크게 이기기도 했다는 점등 여러가지 상황까지 간접비교를 해보면 화랑이 국가대표팀다운 면모를 전혀 구축하고 있지 못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유부단할 뿐이었던 축구협회가 뒤늦게나마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 박감독이 일보후퇴·이보전진의 융통성있는 결단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박감독이 또한번 기적의 참조자가 될 것인지,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한국축구가 또한번 좌절의 수렁에 빠질 것인지 축구팬들은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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