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카드를 해지한 직장인 김지원(30·여)씨는 7일 친구에게서 “해지 이후에도 카드 포인트를 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해지와 동시에 포인트도 당연히 사라지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카드사 3~4곳에서 카드를 해지했지만 단 한 군데도 포인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아 사라진 카드 포인트가 지난해 1400억원어치에 육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국내 20개 카드사의 포인트 소멸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7일 공개했다. 2012년부터 3년간 소멸된 포인트는 4075억원에 달했다. 연간 30~60억원 가량씩 꾸준히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삼성카드가 807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711억5700만원), 신한(637억7300만원), 국민(352억800만원), 우리(303억5400만원)카드가 뒤를 이었다.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현대카드에서 포인트 사용액 대비 소멸액 비중이 비교적 높았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포인트가 느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 부족이다. ‘알고 안 쓴’ 경우도 있지만 김씨처럼 ‘몰라서 못 쓴’ 포인트가 많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은 회원이 카드를 해지하더라도 최장 5년까지 포인트를 쓸 수 있는데 일부러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14곳 카드사의 포인트 관련 규정을 살펴본 결과 해지 시 고객에게 포인트 사용 가능 여부를 알려주도록 정한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신 의원은 “일부 상담원들은 오히려 ‘카드를 해지하면 몇 만원에 달하는 적립 포인트가 사라진다’고 허위 사실을 고지해 고객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적립되는 모든 신용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을 5년으로 통일했다.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지난 시점부터 월 단위로 소멸된다. 따라서 카드를 해지하기 6개월 전에 쌓은 포인트는 해지한 날로부터 4년6개월 안에 사용하면 된다. 사용 최저한도도 사라져 1포인트만 있어도 쓸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사이트(www.cardpoint.or.kr)에 접속하면 실명 인증을 거쳐 카드사별 포인트 보유·소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