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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TV·동아리·봉사활동·학생회 … 놀 땐 놀고, 절대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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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양의 책상 위엔 문제집이나 교과서 외에 노트나 연습장이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다. 교재 한 권에 필요한 내용이 다 적혀 있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봐요. 드라마도 진짜 좋아해서 안 보려고 참느니, 그냥 보고 나서 공부해요. 대신 책상에 앉아선 딴 생각 안하는 게 제 공부 비결이에요.”

서울국제고 전교 1등인 2학년 김소현양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다른 건 일체 끊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한우물 파기’형 모범생이 아니다. TV를 즐겨보고 주말마다 부모님과 수다를 떠는 건 물론, 학급 부회장과 동아리 두 곳의 리더를 맡고 있다. 주말이면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서 초등학생에게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일요일엔 가족과 교회 가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소현이 친구들이 종종 “같이 놀았는데, 시험은 왜 너만 잘 보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부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소현이의 책상은 여러 활동을 동시에 잘해내는 멀티플레이어답지 않게 단출하고 깔끔했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주말엔 푹 쉬고 수업·자율학습 딴생각 안 해
주 교재 하나에 공부할 핵심 내용 다 정리
국어는 해답지 보며 출제의도 파악 습관

김양의 수학 문제집과 한국사 교과서. 수학 문제집을 풀 때도 연습장을 사용하지 않고 교재에 풀이과정을 적는다. 한국사 교과서는 형광펜과 색 볼펜을 활용해 알록달록 정리했다.

노트·연습장도 없이 교재에 바로 필기

소현이 책상엔 노트가 없다. 교과서나 프린트물처럼 수업에서 쓰는 주 교재만 꽂혀 있다. 노트 정리를 따로 안하고 수업 내용을 전부 교재에 받아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연습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문제집 빈 공간에 풀이과정을 적어가며 푼다. 수학 우등생 대다수가 갖고 있다는 오답노트도 없다. “공부할 때 이것저것 꺼내놓으면 번거롭고 집중이 잘 안된다”는 게 이유다.

 교과서를 펼쳐보면 형형색색으로 화려하다. 다양한 색깔의 형광펜과 볼펜을 활용해 공들여 필기해놓은 흔적이다. 친구들이 소현이 교재를 빌려갔다가 “눈부시고 정신없다”며 돌려준 적도 있을 정도다. 소현이는 “그냥 정신없게 필기한 게 아니고, 색깔마다 나름 규칙을 정해놓고 질서정연하게 표시해둔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사를 예로 들며 “빨강색과 주황색은 이 단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표시할 때 쓰고, 초록색 형광펜은 ‘멸망했다’거나 ‘개혁에 실패했다’처럼 부정적인 서술이 나올 때만 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서 꼼꼼하게 정리하면 수업 시간에 졸 틈이 없고, 복습할 때도 연관된 내용이 한눈에 좌르륵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색깔은 화려한 반면 필기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교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주요 내용만 받아 적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농담하시는 것까지 빠짐없이 메모하는 친구도 있어요. 저는 필기량이 너무 많으면 복습할 때 뭐가 중요한지 한눈에 안 들어올 것 같아서 수업 때 강조하는 부분만 간단히 적고 눈에 띄게 표시한다”고 얘기했다.

다섯 살 때부터 원서 읽으며 영어 감각 키워

수학 공부를 할 때도 자신만의 표시를 해둔다. 문제를 풀다 막혀서 해답을 참고한 경우는 무조건 별 표시를 하고, 답을 맞추면 별 옆에 동그라미를, 해답을 봤는데도 답이 안 나오면 세모를 추가로 그려둔다. 복습할 때는 별 표시가 있는 문제만 골라 다시 풀되, 별과 세모가 있는 문제는 가장 신경 써서 꼼꼼하게 풀어보는 식이다.

 알록달록 필기하는 것이나, 수학 문제집에 별·동그라미·세모를 그려넣는 것을 “공부하는 재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소현이는 “사소해보이는 습관이긴 하지만, 이런 작은 재미가 책상 앞에서 긴 시간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노트나 연습장이 필요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소현이의 공부 습관은 눈으로 반복해 읽고 입으로 소리내며 익히는 방식이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스펠링만 확인한 뒤 정확한 발음으로 소리낼 수 있는지, 우리말 의미가 떠오르는지 반복적으로 점검한다. 익숙해지면 우리말로 된 의미만 보고 영어 스펠링과 발음이 정확히 떠오르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종이에 영단어를 반복해 적으며 외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영어 잘하는 학생만 모인 국제고에서도 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유명한 소현이는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이 전무하다. 소현이는 자신의 영어 실력의 비결을 “다섯 살 때부터 영어 원서를 읽은 덕분”이라고 밝혔다. 원서를 읽으며 다양한 문장 구조에 익숙해진 터라 학교 수업만으로도 문법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소현이는 “문학·비문학 등 글의 종류에 따라 영어 원서를 읽는 방법도 다르다”고 했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하나를 찾기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 파악에 집중해서 쭉쭉 읽어내려가고, 역사나 과학 등 비문학은 중요한 단어의 의미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읽는 게 낫다”는 것이다. “문학은 중간에 단어 찾는데 시간을 뺏기면 감상의 재미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단어를 다 찾겠단 욕심을 버리고 이야기 줄기를 따라 읽어야 하고, 비문학은 사실적 이해를 해야 하니까 중요 단어를 반드시 확인해야 정확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답지를 가장 자주 들춰보는 과목은 국어다. 국어 성적이 낮거나 틀리는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다.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만점을 받거나 한 문제 틀리는 정도다. 소현이는 “문제에 실린 지문과 보기마다 다 출제의도가 있는데, 평가원이 직접 작성한 해답을 꼼꼼하게 읽으면 보기의 출제의도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답을 자세히 읽고 보기 하나하나까지 분석해놓으면 아무리 어려운 신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정확한 답을 골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강 고를 땐 강사 유명세보단 강의 목차 중시

소현이는 수업과 자율학습 시간 외에는 별도로 공부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 학급 부회장과 동아리 두 곳에서 임원을 맡고 있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짬이 나도 공부보다는 교내 활동에 신경 써야 할 때가 더 많다. 소현이는 “늘 시간을 쪼개서 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수업 시간이나 자습 시간에 딴 생각을 하거나 졸 틈 없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미처 이해가 안된 내용은 자습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인터넷 강의를 참고한다. 인강을 선택할 때는 학습 내용과 강의 목차를 꼼꼼하게 살핀다. 강사의 유명세를 기준으로 인강을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해당 과목 전체 내용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단원만 골라서 한두 강좌만 듣는 정도다. 인강을 듣는 자신만의 방법도 있다. “속도는 1.2배속에 맞춰요. 약간 빠른 말투로 들으면 리드미컬하고 긴장감이 느껴져서 훨씬 집중이 잘되거든요. 혹시 놓치는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되돌려 듣기를 해서 전체 내용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숙지하려고 해요.”

 소현이가 다니는 서울국제고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다. 평일에는 오전 6시30분 기상해서 자정에 잠들 때까지 수업과 자습시간이 꽉 짜여져 일과가 빡빡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주말이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즐겨 보며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부모님과 주중에 못 나눈 이야기를 하느라 두세 시간씩 보내기도 한다. 소현이는 “이렇게 긴장을 푸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며 “주말에 푹 쉬면서 다음 주에 또 집중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EBS 수능기출플러스 고등 독서(EBS교육방송), EBS 수능기출플러스 고등 문학(EBS교육방송), 매일 지문 3개씩 푸는 고등문학수능기출2016(키출판사), 매일 지문 3개씩 푸는 고등 비문학 독서 수능 기출2016(키출판사)
●영어: 메가스터디N제 고등영어영역(메가북스), 영어잡지 Times 구독, 해커스 토플 보카(해커스어학연구소)
●수학: 수학의정석(성지출판), 쎈수학(좋은책신사고), 531프로젝트 수학 1등급 만들기(이투스), 일품수학(좋은책신사고), 블랙라벨(진학사)
●한국사: 교과서(리베르스쿨)
●경제: 맨큐경제학(Cengag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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