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經推委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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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경협추진위는 23일 밤 합의문을 주고받는 자리에서까지 양측 위원장이 가시돋친 말을 주고받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각도호텔 회의장에서 열린 최종 전체회의에서 김광림(재경부 차관)남측 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A4용지 2쪽 분량의 원고를 준비해 북측의 회담 태도 등을 꼬집었다.

金위원장은 "식량 지원을 원할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라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등 귀측의 적극적 협력이 있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이런 자세를 가졌다면 회담 진행이 원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金위원장이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과거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가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박창련 위원장 등 북측 위원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종결 발언에 나선 朴위원장은 "한.미 공조보다 민족 공조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적 조치 운운한 것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도중 북측은 朴위원장에게 '긴급'이라고 쓰인 쪽지를 건넸으며, 이때부터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앞서 23일 오전 타결될 것이라던 기대가 어긋나 오후까지 합의문이 나오지 않자 한때 회담이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양측이 23일 오전 2시40분쯤 열린 4차 실무위원 접촉에서부터 북측의 해명 문제와 경협 논의를 병행한 것으로 확인되자 어떤 형태로든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제기됐다.

마침내 오후 7시20분쯤 양측 실무위원들이 합의문안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기 위한 접촉을 갖자 타결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회담장 주변에 흘러나왔다.

○…예정보다 만 하루 넘게 회담에 매달리던 남측 대표단은 자정이 가까워서야 평양 순안공항에 대기 중이던 대한항공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전날 오전 8시쯤 서울에서 평양으로 날아온 11명의 승무원은 오랜 기다림에 파김치가 됐지만 "그래도 회담이 타결되고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광림 차관은 "회담이 늦어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등 오늘 잡혔던 4개 회의를 모두 펑크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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