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확률은 50%에 불과했다" 러시아 유력지 MK 비밀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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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이 성공할 확률은 50%에 불과했다'.

1961년 4월 소련 공군소령 유리 가가린(당시 27세)이 이룩했던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과 관련한 비밀들이 처음 공개됐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모스크바 공산청년당원(MK)'이 12일 우주비행의 날을 맞아 우주개발 분야 고문서 자료와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보도했다.

◆ 실패 연속의 준비 과정=당초 가가린이 탄 우주선 보스토크는 60년 12월에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로 발사가 연기됐다. 연료를 채우고 발사를 기다리던 군사 로켓이 폭발해 인근에 있던 268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가가린의 우주비행을 1년 앞두고 실시된 여섯 차례의 로켓 발사 실험도 세 차례만 성공했다. 무인으로 발사된 첫 번째 우주선은 예상 궤도를 넘어가는 바람에 영원한 우주 미아가 됐다. 개를 태운 두 번째, 세 번째 우주선은 각각 발사 단계와 귀환 단계에서 폭발하거나 불에 타버렸다. 그러나 당시 소련 당국은 미국보다 먼저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기 위해 보스토크호 발사를 강행했다.

◆ 실패 예상 속 출발='소련 정권의 입'으로 통했던 국영 타스 통신마저 비행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 ▶발사 성공 ▶발사 실패 ▶가가린 사망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한 예비 기사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주 비행사의 생환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인 가가린 대신 아이가 없던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를 탑승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 기적에 가까운 성공=가가린의 우주비행은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발사 몇 분을 앞두고 우주선 출입구 자동 밀폐장치에 고장이 생겨 수동으로 출입구 뚜껑에 있는 32개의 볼트를 풀었다 다시 죄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3단계 로켓 분리 이후 우주선이 급회전을 하는 바람에 궤도를 이탈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가가린이 입은 우주복의 산소공급장치가 고장나 최초의 우주인이 질식사할 위기도 있었다. 우주 당국은 가가린이 우주공간에서 심리적 쇼크에 빠질 것을 우려, 지상의 우주기지와 끊임없이 교신을 하도록 했다. 가가린은 108분의 비행 내내 교신을 계속했다. 그가 보내온 "지구는 푸르다"는 말은 이후 인류 우주 개발 역사의 잊히지 않는 명언이 됐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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