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수비' 정성현, OK저축은행 2연승 이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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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에서는 흔히 미친 선수가 나와야한다는 말을 한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미친 수비를 펼친 리베로 정성현(24·1m81㎝)의 활약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을 달렸다.

OK저축은행은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챔피언결정(5전3승제) 2차전에서 3-0(25-22, 25-20, 25-20)으로 이겼다. 한 번만 이기면 창단 2년만에 정상에 오른다. 역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은 모두 우승했다.

OK저축은행 리시브 라인의 활약이 눈부셨다. 정성현과 레프트 송희채(23)는 삼성화재의 서브를 정확하게 세터 이민규에게 연결했다. 정성현은 15번의 리시브 중 12개(80%)를 정확하게 걷어냈고, 송희채는 35개 중 32개(91.4%)를 받았다. 41.8%에 그친 삼성화재와 대조적이었다. 리시브 뿐만이 아니었다. 정성현은 고비 때마다 멋진 디그(11개)를 펼쳤다. 특히 1세트 23-22에서는 이선규의 완벽한 속공을 끝까지 따라가 걷어올리는 환상적인 수비를 펼쳤다. OK저축은행은 결국 이 랠리에서 송명근의 퀵오픈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24-22를 만들고 1세트를 따냈다.

프로 2년차인 정성현은 2013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OK저축은행에 입단했다. 중학교 때까지 레프트였던 그는 키가 1m75㎝ 밖에 되지 않아 고등학교 때부터 리베로로 전향했다.

신생팀이 창단하면서 동기생들과 함께 입단한 정성현은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 5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는 신치용 감독이 리시브가 좋은 송희채를 피해 정성현을 공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성현은 챔프전에서 신들린듯한 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정성현은 경기 뒤 "삼성화재 서브가 약했다. 김세진 감독님이 '부담 갖지 말고 해라. 지기 밖에 더하겠냐'고 격려했다. 희채와 도와가면서 부담없이 했다"고 말했다.

정성현을 비롯한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 레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비결은 비디오 분석을 통한 레오의 공격 코스 연구였다. 정성현은 "수비가 되서 2단으로 올라갈 때는 코트 밖에서 기다리고, 세트플레이가 됐을 때는 코트 안쪽 대각선 반대 코스에서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정성현은 3라운드 때 입은 무릎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이날도 경기를 마치자마자 무릎에 아이싱을 한 채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성현이가 무릎이 아픈데도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정성현은 "초·중·고·대학까지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고 준우승만 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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