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으로 명절 선물 구매…광주시 비서실장 혐의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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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의 광주광역시 비서실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전남생물산업진흥원 산하 나노바이오연구원장 재직 시절 예산을 자신 명의의 명절 선물 구매 비용으로 유용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0일 "이 실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는 등 모두 6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나노바이오연구원장으로 일하며 명절 선물용 참기름 선물세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공 비용 수천만원을 연구원 예산으로 충당한 혐의다. 선물세트는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에 이 실장(나노바이오연구원장) 명의로 150여 명에게 전달됐다.

이 실장은 과학기자재를 납품받는 것처럼 허위 물품납품계약서를 작성한 뒤 연구원 예산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이른바 가장거래 수법을 사용해 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위 물품납품계약서를 만들어준 과학기자재 업체는 대신 나노바이오연구원에 모두 7억5000만원 상당의 기자재를 독점 납품했다. 경찰은 이 업체 관계자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김신웅 광역수사대장은 "이 실장에게 선물세트 비용을 대준 업자는 자신의 견적서와 동시에 더 높은 가액을 쓴 다른 업체 명의의 위조 견적서를 함께 제출하는 수법으로 납품 계약을 따냈다"며 "이 과정에 연구원 측의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사의를 밝혔지만 경찰 수사 착수에 따라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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