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우주의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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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점/재너 레빈 지음, 이경아 옮김/한승, 1만5천원

과연 우주는 끝이 없이 넓은 것일까, 분명 거대하지만 '끝'이 존재하는 유한한 것일까? '우주의 점'은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쓰여졌다.

우주의 형태와 크기, 그 시작과 끝에 대한 신예학자인 저자의 답은 현재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품고 있는 통념인 대폭발(빅뱅)이론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공간과 시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것이 빅뱅에서 나왔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도그마처럼 의심을 품지 않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지금껏 우리는 자연 속에서 '무한'이란 것을 발견한 적이 없는 상황인데, '우주=무한'은 과연 1백% 올바른 가설일 수 있을까?

'우주의 점'을 매력적인 읽을거리로 추천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천체 물리학자가 아닌 일반인 누구라도 품음직한 호기심에 대한 친절한 서술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인 레빈이라고 하는 학자가 자기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글 형식이다. 이런 배려는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냉철한 이성으로 똘똘 뭉친 과학자라는 짐작이 무색할 만큼 저자가 들려주는 그녀 자신의 삶은 복잡하고 치열한 감정의 격류 한 가운데 놓여있다. 마치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싸워가는 예술가의 삶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 적도 있으며…" 옮긴이가 토해낸 소회인데,이런 책의 분위기는 별난 시도임에 분명하다.

그러면 저자의 우주론 근거는, 방법론은 무엇일까. 그는 수학의 한 영역인 위상학(topology)을 우주론에 대입시킨다. 위상학은 고도의 추상성을 자랑한다.

따라서 이런 점에 낯선 이들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주론과 관련돼서는 못따라갈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다. 결론으로 이 책의 입장은 '우주는 무한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쪽이다. 천체물리학에서는 아직도 논란 중인 대목이다.

어쨌거나 1백50억년 전 우주 대폭발 때의 잔광(殘光)을 통한 우주 모습 재현, 이를 위한 미 항공우주국이 제작한 코브 위성이 '태초의 빛'에 더 가까이 가는데 성공한 대목 등에 대한 서술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MIT 박사인 저자의 현재 소속은 케임브리지대학. 그곳의 수학 및 이론물리학과 고등연구원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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