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소녀' 이미지 짐이 될 때도 있어 … 달리기 강사로 또 뛰어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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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아시안게임 육상 스타’ 임춘애는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그는 “‘라면 소녀’로 여전히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임춘애, 중앙포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젠 잊혀져야 마땅할 나이인데….(웃음)”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의 스타 임춘애(46)씨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헝그리 정신’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 17세 여고생(성남 성보여상)이었던 임씨는 여자 육상 800·1500·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가난해서 라면을 먹고 운동했다. 우유를 마시며 뛰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일명 ‘라면 소녀’로 주목받았다. 물론 이 말은 훗날 와전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깡마른 체구에 힘겹게 달리는 임춘애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했다. “‘라면 임춘애’ 이미지가 짐이 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알아봐주시니 그저 감사하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 때 태극기 기수단으로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 다시 서니 영광스러웠어요.”

 임씨는 이화여대 3학년 때인 1990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보험설계사, 자동차 딜러, 피트니스센터 강사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무엇보다 3남매를 잘 키워냈다는 자부심이 크다. 1993년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상룡(52)씨와 결혼한 임씨는 대학생이 된 큰딸 지수씨와 중학교 2학년 쌍둥이 아들 현우·지우군을 두고 있다. “11년 동안 운동만 해왔어요.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도 제대로 못 했죠.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시작하는 스타일이에요. 비록 실패한 일들도 있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어요.”

86 아시안게임 3관왕 당시의 모습. [사진 임춘애, 중앙포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면서도 임씨는 육상과 끈을 놓지 않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여성위원인 임씨는 이달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하는 달리기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가 해왔던 게 육상이잖아요. 아시안게임 메달을 땄지만 육상에 기여한 건 크게 없었어요. 이제 헝그리 정신으로 달리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육상을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요.”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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