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18분의 마법 … 르윈스키도 입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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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그리고 대담(Truth and dare)’. 16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TED 콘퍼런스(TED 2015)의 올해 주제다. ‘세계인의 지식 축제’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가졌던 통념과 생각을 뒤흔들겠다는 대담한 시도다.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성역화됐던 ‘진실’ 그 자체에 도전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사고 자체를 재정립하겠다는 게 올해 TED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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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TED 2015의 주제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 겸 배우 마돈나(57)가 1991년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90년대 전 세계적인 섹시 아이콘인 마돈나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지만, 도발적인 표현과 선정적 묘사로 국내 개봉 당시 33분의 분량이 삭제됐던 문제작이다.

 TED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은 “표면을 넘어선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선 때로는 아무도 쉽게 할 수 없는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TED야말로 영화 ‘진실 혹은 대담’처럼 TED 역사 상 가장 혁명적이면서도 급진적일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국내 언론으로 5년째 유일하게 TED 콘퍼런스에 초청받은 중앙일보는 본 개막에 하루 앞서 올해 TED의 면면을 먼저 소개한다.

 우선 미래 산업의 핵심인 무인자동차, 스마트홈, 3D프린팅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 모두 TED 2015에 모인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구글 X’의 총괄책임자 크리스 엄슨은 콘퍼런스 이튿날인 17일 연사로 나선다.

스마트홈 분야에서는 스마트 온도조절계 제작업체인 네스트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파델이 18일 연사로 등장한다. 파델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에게 자신의 MP3를 보여주며 아이팟 사업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키 공 모양의 네스트 온도조절계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실내 온도를 기계가 스스로 설정한다.

 올해 TED에는 뜻밖의 연사도 있다. 97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고 갔던 장본인인 모니카 르윈스키(42)가 19일 강연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언론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르윈스키는 ‘부적절한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TED 측은 “20대 나이에 언론에 십자포화를 견뎌야 했던 르윈스키가 사람들에게 언론의 실상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TED는 컴퓨터공학·화학·생물학 등 전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춤·음악·건축·디자인 등 예술적 영역, 때로는 개인적 경험 고백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하나의 거대한 미국식 ‘쇼 비즈니스’다. TED 실시간 웹 캐스트 시청료는 한 계좌당 600달러(약 64만원), 방청권은 무려 7500달러(약 800만원)일 정도다.

 TED 2015 개막 연사로는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나선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외교관 출신인 러드 전 총리는 2007년 9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어로 대화를 나눠 주목을 끌기도 했으며, 사위도 중국인이다. 올해 TED에는 한국계 강연자도 두 명 있다. 북한에 6개월간 영어 강사로 취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라는 책을 쓴 한국계 재미작가 수키 김과 프리랜서 음악가 미나 최가 18일 강연할 예정이다.

밴쿠버(캐나다)=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TED=Techonology(기술), Entertainment(엔터테인먼트), Design(디자인)의 약자. 1984년 정보기술(IT) 전문가 리처드 솔 위먼 등이 창설한 콘퍼런스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식인이 모여 창조적·지적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고 교감하는 자리다. 모토는 ‘널리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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