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도 '新黨 거들기'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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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내 신주류 강경파와 개혁국민정당이 동교동계와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을 인적청산 대상으로 공개 지목하고, 구주류가 이에 반발하는 등 신당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28일), 당무회의(6월 2일) 등의 신당 관련 일정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교동계와 후단협은 죄인"=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가 구주류 중진 5명을 청산 대상으로 거명한 데 이어 21일엔 개혁당이 후단협과 동교동계의 퇴진을 요구했다.

허동준 신당추진위 대변인은 "권력만을 좇는 부나방처럼 자기당 대통령 후보를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민주적 가치를 부정한 동교동계와 후단협은 죄인"이라며 "개혁신당 창당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중단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말했다.

개혁당의 민주당 구주류 공격은 민주당 신주류 주도의 워크숍에서 신당방향이 '문호개방형 통합신당'으로 결론난 이후 가열되는 양상이다.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의원은 "구주류와 함께 하는 무분별한 신당엔 참여할 수 없다"고 노골적인 반감을 보였다.

신주류 강경파들은 직접적 공격을 자제하고 있지만 구주류 핵심세력을 신당에서 배제하자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애걸복걸하지도 않을 것"이란 신기남 의원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신주류 강경파와 개혁당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친위세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 개혁성향 의원, 그리고 정치권 밖의 개혁세력과 결합하는 개혁신당 창당 구상을 가다듬어온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일제히 구주류 공격에 나선 데 대해 주변에선 "민주당 해체-신당 창당 계획이 구주류의 반발로 어렵게 될 경우에 대비, 탈당 명분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해 당 밖의 개혁세력과 결합하는 독자적 개혁신당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당에 잔류하는 구주류를 반개혁으로 몰아 차별화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물론 신주류 내에서도 입장은 같지 않다. 김경재 의원은 "민주당이 분당되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고, 잔류 민주당은 제2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386운동권이 주축을 이룰 신당이 선명성 경쟁에서 민주당을 압도할 것이란 것은 아마추어들의 순진한 생각"이라고 반론을 폈다.

"권력주변에서 인적청산 구상"=구주류의 핵심 5인방으로 지목된 박상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적청산 발언은 오만방자한 행동"이라며 "그건 국민이 하는 것이지 몇 사람이 밀실에서 하는 게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 주변에서 인적청산을 구상하고 있고, 그 대상은 후보 단일화 세력과 동교동계"라고 盧대통령 쪽을 겨냥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가 안 됐으면 盧대통령이 당선됐겠느냐, 단일화 세력에 대한 공격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란 말도 했다.

한편 구주류와 중도파 의원 20여명은 이날 저녁 모임을 갖고 '인적청산을 배제한 통합신당'을 위한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특정인 배제의도 중단해야"=중도성향의 김근태 고문은 "개혁 없는 통합이 담합으로 흐를 수 있듯이, 통합 없는 개혁도 오만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경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당 단합을 저해하고 특정인을 배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국민분열형 구호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정민.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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