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짐 」 또 한나 청산|정치·사회적 상황 "정부주도" 뜻 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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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침내 2차 해금이 단행됐다. 작년여름부터 끈질기게 나돌던 해금설이 해를 넘겨 1차 해금이 있은지 꼭 1년만에 현실화한 셈이다.
1, 2차 해금이 다같이 2·25 해금이 된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별다른 뜻은 없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에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하다보니 작년처럼 2·25해금이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임시국회도 그렇지만 개학직전인 이시기에 해금을 단행한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정치·사회적 상황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하는 것이다.
상례화 하다시피 된 야당과 재야의 해금촉구가 앞으로 상당기간은 나오더라도 그렇게 힘있게 나오긴 어렵게 되고 정부-여당으로서는 『해금을 막했는데 또 해금하란 말이냐』고 응수할 수 있게된 것만 봐도 해금으로 인한 정부-여당의 입장강화는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해금으로 12대 총선을 향한 정치 일정이 성큼 다가서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제부터 각정당의 해금인사 영입작업이 본격화할 것이고 선거법협상이 벌어질 것이며 각당의 선거태세도 본격화하여 정국은 총선거를 향해 줄달음치게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2차 해금은 작년말 단행된 제적생의 복교· 구속학생의 석방에서 보인 화합조치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물어주고 자율을 존중함으로써 화합과 동참의 폭을 넓혀가려는 전두환 대통령의 국정기조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런 점에서 석방 등의 「좋은 일」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12대 총선전에, 3차 해금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이런 배경에서 수긍할 수 있다.
사실 선거전에 한번 더 해금이 있을 것이라는 시사는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화합조치는 이른바 통치부담의 경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구시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제5공화국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서 빚어진 짐을 선거전에 하나씩 벗어나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로써 국민적 화합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부의 입장이 강화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금년은 선거의 해이자 전대통령의 후반임기가 시작되는 첫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 말하자면 전대통령의 지난 임기가 준비기였다고 한다면 남은 4년의 임기는 치적의 절정기이자 수확기가 돼야하는 셈이다.
따라서 체제나 국정에 부담스런 일은 가급적 다 털어 버리고 12대 국회부터는 묵은 찌꺼기 없이 출발하자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수 있다.
사실 정부로서는 이번 해금에 가급적 많은 인사를 포함시키려 애썼던 것 같다.
가령 65세 이상 고령자를 많이 푼점, 정치비리혐의로 조사 받은 사람까지 포함시킨 점, 반체제활동 등으로 묶였던 문인·전직교수·종교인 등을 대상에 넣은 것 등을 보면 그런 인상은 분명해진다.
풀린 2백2명중 정치활동을 재개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다만 풀린 면면들을 보면 독자적으로 신당을 주도하거나 기존 정계질서에 동요를 가져올만한 인물은 없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2차 해금으로 신당움직임이 바로 표면화 할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그러나 해금이 적지 않은 숫자의 정치인을 정계에 투입하는 결과를 빚은 만큼 정계가 종래 보다 더 붐비게될 것은 필지의 일이다. 야당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야당성을 더 과시하게 마련인 만큼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여야당간의 협조분위기는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해금이 각정당의 체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할 일이다.
당지도 체제의 취약성이 지적되고있는 국민당이 이번 해금을 계기로 어떤 자기갱신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정당의 인물교체 작업이다.
민정당은 12대 선거에서 현역의원을 상당폭 탈락시키고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해금인사 중에서도 몇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민정당은 특히 호남과 대도시에서 야당에 뒤지지 않기 위해 그쪽에 대비한 인물재편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묶여있는 99명은 당국이 선동정치작태를 계속했다고 보는사람, 위법행위(주로 정치풍토쇄신법 위반)를 한사람, 구시대 정치주도인물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도 「개전의 정」을 갖고 자숙하면 적절한 시기에 단계적 조치를 해나간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다. 2월중순 재야서명에 참여한 인사는 모두 이번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금정국의 전개양태에 관해서는 당국도 매우 경계하는 자세다. 당국자는 해금의 뜻이 구태의 재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못박고 흑백논리나 파당적 이익의 추구와 같은 현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있다.
따라서 해금인사들이 앞으로 제5공화국의 정계에 어떻게 편입되며 기존질서와 어떤 조화를 이룰지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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