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황우석박사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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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우리는 황우석이란 이름으로 인해 참으로 오랜 만에 행복할 수 있었다. 현 정권의 실정과 개혁 실패에 대한 실망으로 잃어 버려야 했던 그 희망과 자부심을 '복제개 스너피'에게서 비로서 다시 되찾을 수 있었음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이 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공영방송인 MBC의 비열한 덫에 걸려 채 완성되지도 못한 채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이란 분은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고 다독이기는 커녕 '광고가 취소되는 지경은 도를 넘은 것'이라느니 '저항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공포가 형성된 것'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국민의 분노를 폄하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지금 밝혀지는 진실들을 보면 MBC의 취재가 순전히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순수한 기자정신의 발로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이 처음 황박사의 연구팀에 접근 했을때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이라고 속여서 접근했다고 한다. 당연히 연구팀은 황박사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보도할 것이라 여겼을 것이고, 그래서 최소한의 경계심도 풀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답변들을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자체를 부정하고 그 성과인 줄기세포 자체가 거짓이라는 가정하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기획했다고 한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그의 연구 논문 마저도 거짓 논문이라는 전제로 취재를 시작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기자 정신이란 것이 무조건 부정하고 접근하는 것이라면 어찌 그것이 정상적인 정신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긍정적이지 않는 시각으로 사물을 보면 모든 것이 비뚤어져 보일 뿐이다.

대통령은 MBC의 잘못된 취재와 보도로 인해 상처입고 실의에 빠진 황우석 사단을 격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MBC 피디수첩을 옹호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은가? 언제나 정권의 나팔수로서 훌륭한 역할 수행을 하고 있으니까 대통령으로서는 MBC가 귀엽고 기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눈에는 아니다. 국민의 긍지와 국익을 희생해가면서 까지 알 권리를 주장할 생각도 없다.

대통령은 '관용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걱정스럽다'고 하지만 불의에 대하여는 관용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관용을 중히 여기는 분이 왜 유독 가진자와 박정희에 대해서는 그렇게 매몰찬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MBC의 잘못된 취재와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 왜 획일주의라는 것인가? 그들의 기획 의도가 난자 채취과정에서의 윤리 문제를 점검하고 관행화된 연구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시정하자는 취지였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기획 의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지 않은가?

노 대통령은 공연히 MBC를 옹호하려 해선 안된다. 기업들의 피디수첩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 협찬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건전하고 희망적이지 못하다면 자사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당연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기업은 광고를 공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자사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하는 광고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프로그램에다가 해본들 어떻게 기대한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런 판단으로 광고 협찬을 철회한 기업들의 결정이 어떻게 '획일주의'이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에 남들보다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내 어머니가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으로 치유의 길이 열릴지도 모를 불치병 ‘파킨슨 병’을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7순의 연세에 병세의 악화로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내 어머니의 병을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공이 유일한 완치의 희망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으로 황우석 박사를 주목하고 있을 사람이 나 하나 뿐일까?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황우석 사단의 놀라운 성과는 인류역사에 있어 하나의 신기원을 이룬 획기적 사건임을 부정하여서는 안되는 일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은 단순히 황우석 그만의 영광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불치병 난치병의 정복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하며 자신의 고통을 해결해줄 그날을 기다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구촌 환자들의 희망과 기대가 황우석 교수의 양 어깨위에 지워져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병자들의 희망을 한건 터뜨려 유명해 보겠다는 무모한 한 'PD'와 시청률 때문에 국민정서까지 팔아먹은 비열한 엠비씨의 무책임한 취재와 보도 때문에 좌초되고 있으니 어찌 분노치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한 위대한 업적을 왜 우리 손으로 훼손하고 망치려는지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생명과학의 연구에 있어 윤리적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이 서구의 그것과는 많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실험용 난자의 취득 과정에 설사 다소간의 무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연구해야 하는 과학자들의 고충을 적어도 우리는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여성의 난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의 난자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연구를 위해 그리고 인류의 질병 극복을 위해 한다는 명분이 있는 일이라도 채취 과정이 위험하고 후유증을 염려해야 하며 또한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일임에야 누가 선뜻 제공을 결심할 수 있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함께 연구에 참여한 젊은 제자는 스승의 연구가 난자의 공급문제에 걸려 좌절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미혼이었던 제자가 스승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난자 제공 의사를 밝혔단다. 그러나 스승은 미혼인 그녀를 걱정하여 만류했고 어떻게든 이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여 제자는 결국 가명으로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 아닌가?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연구에 참여한 종사원이 난자를 제공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윤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는 부당한 것이다. 소속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세계의학 협회가 정한 ‘의학연구 윤리 원칙’이라는 것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참이려면 여성 연구원이 난자 제공을 강요 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제공했다고 했으니 이번의 경우는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아닌가?

세계의학협회의 의학 연구 윤리 원칙인 ‘헬싱키 선언’에서 ‘연구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이 동의서를 승인 또는 거부할 능력이 없거나, 강제된 상황에서 그것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피(被)시험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무조건 의학 연구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피험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이말은 단지, 피시험자가 어떤 강압이나 묵계에 의한 강제된 상황에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말해 ‘의학연구 윤리 원칙’은 연구에 종사하는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들의 강요에 의하여 난자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참여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선언적인 것이지 난자의 공급이 없어 연구의 진척이 되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자의에 의한 자발적 제공까지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매도하는 것은 제공 당사자의 순수한 뜻을 훼손하는 짓일 뿐이다.

며칠 전 황교수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고 참으로 착잡했다. 세계 줄기세포 허브 소장직을 사퇴하고 한사람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황교수의 참담한 심정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까? 생명공학의 메카로 우뚝설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망치는 이런 기막힌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언론들의 지나친 선정성이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고 세계가 놀라워한 훌륭한 과학자의 열의를 꺾어버리는 이런일이 차제에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이번의 MBC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는 정당하다. 온 국민이 성원과 격려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공영방송이 학자에게 이런 모욕과 시련을 주어서 어떻게 제대로된 연구의 진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 줄기세포 연구는 거의 중단 상태란다. 많은 동료 과학자들은 황 교수팀의 연구가 '법적 기준이 없던 때의 윤리적 문제'로 이런 차질을 빚는것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황교수는 기자회견을 뒤로 연구실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매일을 연구 내용을 점검하고 이끌어가야 할 리더가 없고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황교수의 난자관련 윤리 문제는 새로운 도덕적, 윤리적 기준의 필요성을 일깨운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어지는 선에서 마무리 될 모양이다. 이제 우리들도 더 이상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치 말아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를 우리들의 입방정으로 위축되거나 중단되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존재 의의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대통령은 획일주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국익 손상을 경계하고 나무라야 마땅하다. 국민의 MBC를 향한 분노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보라는 것이다.

이제 줄기세포 연구는 황교수 개인의 업적으로만 머물 수는 없는 것이 되었다. 수천 수만의 기대들이 황교수의 연구를 바라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줄기세포 허브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환자등록을 한 내 어머님과 같은 분들의 희망을 스너피 이전의 절망으로 되돌려 놓지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디지털국회 김재홍]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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