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지금의 난자의혹 파문 차라리 잘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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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私益)과 국익(國益)의 혼돈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난자제공 출처 등에 대한 MBC PD수첩의 보도가 있은 후, 네티즌들의 비난과 국민여론이 들끓고 MBC앞에서 집단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소란스럽기만 한 분위기가 쉬 식을것 같지 않다.

거기에다 노대통령이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황우석 박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에 대해 MBC 'PD 수첩'에서 취재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공개하면서 '(박기영)과학기술보좌관이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보고하면서 대책을 논의해 왔다'고 덧붙이며, '대통령이 나서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경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광고주들의 광고 계약 취소 사태에 대해서는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하자, 그동안 MBC의 편파보도에 대해 줄기차게 거론하고 있던 보수성향의 네티즌들은 노대통령의 이러한 태도야 말로 어용방송인 MBC를 구제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흥분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노대통령 자신도 '나도 MBC 기사가 짜증스럽다. 연구 과정의 윤리에 관하여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면서 '저항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공포가 형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의 짜증만큼 나 역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짜증스럽기만 하다.

처음 MBC의 보도가 있고 난 후, MBC PD수첩의 보도는 국익을 팽개친 작태라며 광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볼 때, 이 사람들이 도대체 사고의 여력이나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기조차 했었다.

분명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의 성과는 반도체 분야에 이어 나라의 장래를 밝게 해줄 또 다른 노다지금광의 맥을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생명공학분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오히려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많은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D수첩의 보도내용 중에도 미국의 경우 난자 거래가 합법화된 국가이지만,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실 예를 살펴볼 때, 황우석교수의 연구과정에 투입된 650여개 난자의 제공과정에 대해 공영방송 MBC로서는 충분히 의혹제기가 가능한 일이었으며, 특히 특허부분에 대해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지분이 40%나 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관련 연구는 분명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전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악속한 바 있었다.

그러나 처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관련 연구는 분명 노성일 이사장과 황우석교수의 사익과 명예를 추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윤리적인 논란에 휩싸였을 경우 두사람은 파멸을 맞이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위해 '연구,치료 목적 난자기증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 이 23일 설립 이틀 만에 시민120여 명이 황 교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난자 기증을 약속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계속 증가일로에 있다.

이러한 성과 역시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의 성과에 기인한 것이니만큼, 이번 MBC의 보도가 없었던들 지금같은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겠는가?

또한 앞으로 계속될 연구에 소요될 난자의 수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보다 더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며, 이번 사건으로 밝혀지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불법 난자채취로 연구를 계속하였더라면, 황우석 교수는 세계 의학계로부터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얻고도 매장되었을 것이며, 암묵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윤리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맹목적으로 연구를 지원한 대한민국정부와 국민들은 세계인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결국 대한민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에 정부와 전 국민이 동조한 셈이 된다.

자...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일인가?

화재도 초기진화의 성패에 따라 재산피해와 인명손실의 피해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번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관련 연구에 따르는 MBC PD수첩의 문제제기는 적시타였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성원도 이끌어내었으며, 앞으로 연구과정에 소요될 수많은 난자 취득문제도 대한민국 열혈여성들의 호응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국민적 성원을 바탕으로 범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닥칠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황우석 교수 연구팀과 아울러 대한민국이 세계 생명공학연구분야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장치란 장치는 모두 갖추게 되었으니 차제에 전국민들은 MBC에 감사패를 전달해야 할 일만 남은 것 같다.

또한 노성일 리즈메디 이사장과 황우석 교수간에 어떤 연결고리로 인해 줄기세포관련연구가 시작되었던 그 연구관련 성과가 개인의 몫에서 이제는 전 국민이 그 성과 몫을 나눌 수 있도록 주변환경이 급변해 버렸으니... 사익(私益)에서 출발한 연구결과물이 약간의 진통으로 인해 국익(私益)차원으로 승화되었으니 경축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개인이 숱한 노력 끝에 좌절하게 되면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개인의 뛰어난 업적은 분명 국익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업적이 정부의 지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거두었을 때 국가적 이익은 더 커질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업적에 범국민적지원과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성과가 향후 윤리적 문제로 인해 세계인으로부터 대한민국이 지탄의 대상이 될 경우, 우리의 국익에 미칠 영향은 생각을 해 보았는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관련 연구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관련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를 슬기롭게 덮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짜 모을 때이다.

단지 정략적인 차원에서 무엇이 국익에 반하는 것인지도 모른 체 호들갑을 떨어대는 사람들이야말로 MBC 보다 하나도 나은게 없다.

매사에 좀 더 긴 안목으로 대처하는 습관을 기르자.[디지털국회 김수해]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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