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도 웃고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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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6 독일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32개국이 확정되면서 이들을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다국적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국가대표팀에 매년 최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용품과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후원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느냐 못하느냐는 해당 브랜드의 광고 효과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독일 월드컵은 '푸마 압승, 나이키 보합, 아디다스 하락'으로 나타났다.

독일 업체인 푸마는 무려 11개국을 본선에 내보내 1위를 차지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개 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운 약진이다. 강호 이탈리아와 체코를 비롯한 유럽 4개 팀, 아프리카 4개 팀, 아시아 2개 팀, 남미 1개 팀 등 대륙별 분포도 다양하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본선 진출 5팀 중 앙골라(후원사 없음)를 뺀 모든 팀이 푸마 유니폼을 입고 본선에 나선다.

푸마는 2002 월드컵 당시 카메룬 대표팀에 파격적인 민소매 유니폼을 제공해 카메룬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푸마 코리아 김동욱 축구팀장은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구의 보편적인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아프리카"라며 푸마가 2010년 월드컵(남아공) 개최 대륙인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한 이유를 설명했다. 푸마는 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이란과도 계약해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업체 나이키는 2002년과 같은 8개 팀을 후원한다. 나이키 측은 "1위를 탈환하지 못해 아쉽지만 내용 면에서는 우리가 가장 좋다"고 자신한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비롯한 한국.미국.멕시코.네덜란드 등 인기 팀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플레이오프에서 우루과이를 꺾고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것도 나이키로서는 큰 행운이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2002년 1위(9개 팀)에서 3위(6개 팀)로 떨어졌다. 2002년 당시 아디다스 3선 유니폼을 입었던 중국과 터키가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고, 스웨덴은 엄브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푸마로 갈아입었다. 아디다스는 속이 쓰리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아디다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본선 진출팀 숫자가 줄어 아쉽긴 하지만 크게 낙담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아디다스가 월드컵의 메인 스폰서인 데다 개최국 독일이 아디다스를 입고 있어 노출 효과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일본의 선전도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엄브로는 스웨덴과 잉글랜드, 이탈리아의 로또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우크라이나, 스페인의 호마는 코스타리카를 잡았고, 에콰도르는 자국 브랜드인 마라톤의 후원을 받고 있다. 빅3(나이키.아디다스.푸마)의 점유율은 2002년 65%(21개 팀)에서 2006년 78%(25개 팀)로 높아졌다.

한국 대표팀을 후원하는 나이키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총 380억원(현금 150억원, 용품 230억원)을 지원한다. 브라질 대표팀의 후원 액수는 비공개지만 한국의 몇 배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나이키는 2002년 축구용품 매출이 25% 이상 늘어나 평균 성장률의 세 배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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