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동부는 봉"…주포 없이도 이겨, 7연승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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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외국인 선수 단테 존스(오른쪽)가 동부 센터 김주성의 골밑슛을 손으로 쳐내고 있다. [안양=뉴시스]

2쿼터가 끝난 뒤 하프 타임. KT&G와 동부 선수들이 각자 골대에서 슛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여섯 경기째 뛰지 못하고 있는 KT&G 김성철이 코트로 걸어나왔다. 슛 연습이라도 할 참인가. 아니었다. 김성철은 한 번도 슛을 던지지 않았다. 골대 밑에서 공을 받아 동료에게 던져줬다. 동료의 슛연습을 돕기 위해 나온 것이다. 잠시 후 김성철은 후배 전병석(10득점)에게 직접 공을 들려 주며 한마디 했다. "망설이지 말고 자신 있게 던져."

KT&G가 44-45로 역전당한 3쿼터 3분쯤, 3점 라인 앞에 서 있던 전병석에게 공이 왔다. 전병석은 망설임 없이 골대를 향해 슛을 쏘아 올렸다. 골인, 47-45 재역전. 그러고는 수비를 위해 부지런히 자기 코트로 돌아오며 '막아보자'고 소리쳤다. 이 수비에서 KT&G 선수들은 자기가 맡은 동부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동부는 공격 제한 시간 24초 동안 슛 한번 쏴보지 못했다. 동부의 턴오버.

다시 이어진 공격에서 전병석은 골밑을 파고들었다. 1m88㎝, 포워드로는 작은 키지만 2003~2004 시즌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서 국내 선수 부문 1위에 올랐을 만큼 탄력에서는 자신 있는 그였다. 전병석은 자밀 왓킨스와 김주성이 버틴 동부 골밑을 파고들어 드라이브인 슛을 성공시켰다. 49-45. 동부 쪽으로 옮아가던 경기 분위기는 빠르게 KT&G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동부에로 돌아가지 않았다.

프로농구 KT&G가 29일 안양에서 벌어진 홈경기에서 동부를 82-66으로 꺾었다. 9승7패. 김성철과 양희승 등 팀의 주포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KT&G는 이날 승리로 지난 시즌 이후 동부에만 7연승을 거뒀다.

김동광 KT&G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오히려 팀워크에 보탬이 된 부분이 있다. 많은 선수가 경기에 나설 기회를 잡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기회도 됐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KT&G는 팀워크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 전병석, 그리고 승리를 얻었다.

안양=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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