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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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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렸던 우스개 한 토막.
아인슈타인이 죽어 저승에 갔다. 천당-지옥행 심사를 받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심심해진 아인슈타인. 옆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 아이큐는? 150이오. 아인슈타인은 반색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상대성이론에 대해 대화해 봅시다." 긴 얘기가 끝났지만 줄은 아직 한참이었다. 다시 뒷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120이오. "그럼 인류 평화에 대해 말해 봅시다." 이번엔 앞사람에게 물었다. 당신 아이큐는? 80이오. 화젯거리를 찾느라 한참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옳거니"하고 무릎을 쳤다. "그럼 우린 경제 예측에 대해 얘기합시다."

경제 예측 중에도 가장 어려운 게 주가 맞히기다. 2000만 달러를 13년 만에 660배 불려 132억 달러로 만든 피터 린치는 월가 펀드매니저의 전설이다. 그런 그조차 '월가의 영웅'에서 "증시 침체기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불가능했다"고 고백해야 했다.

1929년 여름. 존 라스콥은 "누구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며 매달 우량주에 15달러씩 투자하면 20년 뒤 8만 달러의 재산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이는 연평균 24%의 수익을 올려야 가능하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돈을 모두 주식에 쏟아부었다. 그해 9월 3일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인 381.17로 마감했다. 그러나 7주 후인 10월 29일 증시는 사상 최악의 대폭락을 맞는다. 32년 7월 8일. 34개월간의 긴 추락이 마침내 끝났을 때 다우지수는 41.22를 가리키고 있었다. 92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라스콥을 증시 사상 '최악의 범죄자'로 꼽았다.

99년 4월.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은 강당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한국 경제를 살리면서 돈도 많이 버는 방법은 바이코리아 펀드 투자"라며 "2005년엔 주가가 6000포인트까지 오른다"고 했다. 수십조원의 돈이 몰렸고 4월 1일 636.89이던 주가는 2000년 1월 4일 1059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추락한 주가가 1000을 다시 넘는 데는 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경제 예측의 계절이다. 올 초 893.71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1300에 다가섰다. 내년엔 1600까지 오른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예측은 아인슈타인이든, 아이큐 80이든 할 수 있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손해는 섣부른 예측을 믿은 사람의 몫일 뿐이다.

이정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