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길거리의 "소매끌기"등 부작용도 있지만 혈액수요의 99.8%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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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는 헌혈사업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실시된지 만10년째를 맞는해 .대한적십자사가 지74년부터 전개한 현열사업은 그동안 급속한 신장을 보여 작년말 국내전체혈액수요량의 99.8%를 헌혈로 충당했다. 그러나, 이같은 바람직한 혈액수급의 뒷면에는 강제헌혈, 계절에따른 혈액파동, 헌혈증서를 남에게 줄때 생기는 차별대우등 문제점도 많다. 혈액의 수급실정과 이에따른 문제점을 살펴본다.

<수급현황>
지난해 국내에서 환자들에게 공급된 혈액량은 모두 60만8천3백35팩(1팩은 3백20cc)으로 따지자면 1팩당 병원에서 9천7백원을 받고있으므로 모두 58억9천54만여원어치다.
이중 헌혈에 의한 양은 60만7천2백73팩, 매혈은 단지 1천62팩에 지나지 않는다. 70년대 중반만해도 매혈이 전체수요량의 절반을 차지했던것에 비하면 헌혈량이 얼마나 증가했는가를 알수있다.
이같은 헌혈에 의해 피를 모으고 있는 곳은 대한적십자사와 종합병원 및 일반의원에 부속돼있는 전국1백85개소의 혈액원.
적십자사의 경우 작년채혈량을 보면 이중 59%를 단체헌혈로, 37%를 가두헌혈로 각각 받았다. 이따금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가두현혈이 처음으로 50%선 아래로 떨어져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다.
혈액의 수요는 매년 15%정도씩 늘어 올해는 70만팩정도가 필요할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은 섭씨 4∼6도에서 최대21일간 성분유지가 가능하므로 장기비축이 어려워 필요할때마다 수요자입장인 병원이 적십자사에서 돈을주고 사고있다.
헌혈이란 무료지만 적십자사는 검사비·운영비등의 이유로 1팩당 8천원에 병원에 팔고 병원은 수혈자에게 수혈비용을 포함에 다시 이를 9천7백원에 팔고있다.
그러나 혈액의 공급량은 아직도 수요량에 못미쳐 혈액파동등 마찰의 요지가 많다. 이때문에 종합병원에서는 전체수혈량의 20∼40%를 환자의 보호자나 친지에 의해 충당하고 있다.
서울대부속병원혈액원의 송운흥씨는 『하루1백팩정도의 피가 요구되는데 이중 적십자사에서 공급받는것은 60%정도이며 나머지4O%는 환자의 보호자나 병원직원들에 의해 받게된다』 고 말했다.

<문제점>
계절에 따라 일어나는 혈액파동은 자못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에서 하루 수요되는 혈액량은 2천팩가량이며 그래서 6천팩정도(3일분)를 항상 비축해야 수요공급에 차질이 생기지않는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이 준비량은 1월에는 평균21%, 8월에 7%씩이 각각 줄어들어 혈액파동을 일으켜왔다. 1월과 8월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것은 헌혈의 상당부분을 아직도 젊은학생층에 의존하고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헌혈량중 16∼20세의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율은50%, 25세이하까지 포함시키면85%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방학때가 되면 헌혈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병원들은 이때가되면 자연 긴장하지 않을수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있다.
헌혈증서를 남에게 줄때 생기는 차등대우는 자발적인 헌혈을 줄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헌혈증서는 1팩에 1장씩이 지급되고있는데 이를 부모나 자녀가 수혈이 필요해서 양도하면 무상으로 그 양만큼을 받게되지만 그외 사람을 위해 줄경우는 3장당 1팩을 보상받게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헌혈인구가 외국에 비해 아직 극히 저조한점이 가장 심각한문제. 전국민에 대한 헌혈인구는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1.5선에 달하긴 했지만 일본·미국의 5∼10%에 비하면 엄청나게적다.
특히 자발적인 헌혈이 적어 가두헌혈이란 편법을 쓰고있지만 이를 운영치 않으면 혈액수급에 당장 큰차질을 가져오게 된다는점이 우리나라 헌혈사업의 한단면이다. 중앙혈액원 조명준원장은『헌헐차 1대당 현재60∼70팩의 헌혈을 받고있지만 가두헌혈에서 행인의 팔소매를 붙잡지않고 자의에 말기면 2∼3팩으로 떨어지는게 우리의 실정』이라고 실토했다.<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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