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 - 라경민 "결혼 복식조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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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혼합복식 조가 최강의 금실 조로 변신한다. 한국 남녀배드민턴의 간판 김동문(오른쪽)-라경민이 다음달 25일 화촉을 밝힌다. [연합뉴스]

세계 최강의 배드민턴 혼합 복식조인 김동문(30)과 라경민(29)이 '영원한 파트너'가 된다.

김동문-라경민 커플은 12월 25일 오후 3시 올림픽파크텔에서 결혼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들은 3년간 교제해 오면서도 국가대표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눈을 감쪽같이 속여 왔다.

라경민은 "워낙 오래 함께 있다 보니 정이 들었다. 언제 정식 프러포즈를 받았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양쪽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계신다. 갑자기 날짜를 잡은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1일 원광대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앞두고 있는 김동문은 대한체육회 지원으로 내년 1월 미국연수를 떠나기로 돼있어 서둘러 결혼 날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문과 라경민의 처음 만남은 악연(?)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라경민은 '셔틀콕의 황제' 박주봉(현 일본대표 감독)과, 김동문은 길영아(삼성전기 코치)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했다. 한국선수단은 박주봉-라경민 조의 금메달을 확신했지만 결승에서 김동문-길영아 조에 역전패, 금메달을 놓쳤다.

이듬해 박주봉과 길영아가 은퇴한 뒤 김동문과 라경민이 조를 이뤘고, 한국 최강은 물론 세계 1위까지 올라갔다. 10여 년간 역대 최강의 혼합복식 조로 군림했던 이들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직전까지 세계 배드민턴 혼합복식 사상 전무후무한 14개 대회 연속우승과 국제대회 70연승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8강에서 중국의 신예 장준-가오링 조에 일격을 당했고,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도 8강에서 탈락, 유난히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김동문은 하태권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애틀랜타에 이어 2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라경민은 여자복식 동메달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그때마다 라경민을 위로했던 것은 김동문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사랑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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