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의 일자리 경쟁시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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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2025년에는 산업용 로봇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률 한국이 세계 최고

박람회에 출품된 자동차 생산라인의 산업용 로봇. 이 같은 로봇의 운영비가 미국 연방 최저 시급보다 낮아지고 있다.

로봇이 갈수록 더 싼값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의 소득격차와 실업이 심화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저술가 마틴 포드가 오는 5월 출간 예정인 저서 ‘로봇의 부상’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다. 최근의 한 보고서는 향후 10년 간 산업용 로봇의 활용도를 예측한 통계를 제시했다.

지난 2월 10일 글로벌경영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제조업 전문가 마이클 진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제조업체가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순전히 경제성과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화의 비용과 성과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BCG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판매는 지난해 23% 증가했다. 2018년에는 한 해 공급량이 40만 대로 배증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데 따른 세계 평균 인건비 절감률이 16%에 달하게 된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원가의 하락 덕분이다. 미국 보스턴의 ‘리싱크 로보틱스’ 같은 업체는 기민한 공장용 로봇을 불과 2만5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로봇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4달러의 시급으로 풀타임 근로자를 고용하는 격이다. 소규모 제조업체도 혹할 만큼 낮은 비용이다.

BCG에 따르면 자동차 같은 내구재 생산에 사용되는 용접 로봇의 평균 가격은 2005년 18만2000달러에서 지난해 13만3000달러로 내려갔다. 산업용 로봇 가격은 향후 10년 동안 계속 하락해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의 산업용 로봇의 운영비는 이미 일반 패스트푸드 매장 요리사의 임금과 거의 대등하다. 반면 용접공 인건비는 시간 당 25달러를 웃돈다. 전자제품 제조용 로봇의 운영비는 미국 연방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그리고 제조업 인건비가 가장 높은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제조분야에서 로봇 활용으로 가장 큰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BCG는 예상했다. 그러나 멕시코와 태국 등 인건비가 낮은 신흥시장 업체들에서도 2025년께는 로봇 운영비가 인건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적어도 현재로선 신흥시장 근로자의 경쟁력이 더 높다.

제조업 고용주 입장에선 좋은 전조지만 근로자의 취업문은 좁아진다. 그나마 그들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도 단순노동을 뛰어넘는 기술 숙련도를 요구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신흥시장에선 단순노동에 의존해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로봇 도입 비중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이 현재 산업용 로봇의 80%를 쓸어 간다. 한국·대만·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지역의 도입 증가율이 가장 높다.

고급 로봇 설치 중 4분의 3이 운송설비, 전자, 전기장비 그리고 기계류 제조분야에서 이뤄진다.

글=안젤로 영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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