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총리 만나고 온 최경록 육참총장 '김종필 군복 벗겨' 메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5·16 거사 석 달 전인 1961년 2월 김종필(JP) 중령은 이른바 ‘16인 하극상 사건’의 주동자로 강제 예편됐다. JP는 “군을 관둘 생각은 없었지만 조흥만(사진) 헌병감(준장)이 ‘말 안 들으면 처삼촌(박정희)을 결딴내겠다’는 협박에 굴복했다”고 회상했다.

<본지 3월 9일자 1면>

이 기사가 나가자 그동안 5·16 상황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았던 조 전 헌병감(90)이 인터뷰에 응했다. 야당 국회의원(7대)을 지냈던 조 전 헌병감은 “JP의 강제 예편은 당시 장면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5·16 역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얘기다. JP도 자신의 군복을 벗긴 장본인이 조 헌병감인 줄로 알고 있다.

 조 전 의원은 “그동안은 군과 관계된 이야기라 묻어두자 했지만, 이젠 조금이라도 서술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최경록 참모총장이 JP를 강제 예편시키라고 해 JP를 설득했으나 그는 오히려 ‘이 험악한 사태를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라며 대들었다. 나는 기가 찼다. 시간이 지체되자 최 총장은 자신의 서명이 담긴 ‘김종필 중령 옷 벗겨라’라는 메모를 보내왔다. 이 메모를 보여줬더니 JP가 예편 결심을 했다. 최 총장이 메모를 보낸 배경을 파악해 보니 장면 총리가 JP의 예편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내각제에서 국무총리의 군통수권은?= 장면 총리가 군 인사권을 행사한 건 2공화국의 순수 내각책임제에서 군을 다스리는 권한이 대통령이 아닌 총리에게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2공화국 헌법 61조 1항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군 인사권은 형식적이었다. 윤보선 당시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장면 내각에서 각군 총장 및 지휘관을 인선했을 때, 나는 임명장을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