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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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경제의 한 고질은 생산성의 저하였다. 그래프를 보면 70년대에 들어 무려 세 차례나 곤두박질을 친 곡선을 볼 수 있다. 74년, 79년은 영점 이하 「마이너스」 이하 기록도 있었다.
바로 그해 미국의 임금과 물가 상승률은 도리어 하늘로 치솟았다.
그 논리는 간단하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제품의 원가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가가 높은 제품을 싸게 팔 수 없다. 물건값이 오르면 월급도 따라서 올라야한다.
그야말로 「악의 순환」이다. 경제 형편이 자꾸 나쁜 쪽으로만 진행된다.
그 무렵 일본의 생산성은 6∼7%를 기록하고 있었다. 임금마저도 일본은 노사 협의를 통해 3∼4%인상에 그쳤다. 미국의 경제가 그 어마어마한 덩치와 뚝심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에 밀려 시장을 빼앗기는 이유를 알만하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해 경제 칼럼니스트를 리버럴파의 대표적인 논객인 「레스터·더로」 (MIT교수)로 바꾸고 나서 그의 제1성이 『미국의 생산성 제고』였던 사실은 그 심각성을 실감 있게 설명한다.
바로 이번주 뉴스위크지는 『생산성의 놀라운 파도』라는 제목으로 미국 기업들의 새로운 바람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에 미국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시간당 13·6%나 올랐다. 연내도 82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일약 4% 가까운 기록으로 도약했다.
흔히 생산성 향상은 경기 회복 전야에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다. 경제 전망이 밝아지면 근로자들의 마음도 밝아지고 따라서 의욕도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불황이 오히려 생산성 제고의 적극적인 모티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불황 속의 기업들은 새로운 취업자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이미 있는 종업원들도 내보내지 않으면 안될 형국이다.
이런 여건은 근로자들의 노동 의욕을 자극해 결국 『열심히 일하자』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기업들이 살아 남기 위해 부실 분야의 사업들을 대담하게 정리해 버리고 효율 위주로 경영 전환을 한 것이다. 정부도 「정리」를 위한 법적 뒷받침을 해주었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원가 절감의 노력이다. 달러화의 고금리 체제에선 사실 그 길밖엔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의 진정이다. 인플레 시대에는 기업들이 노력하지 않고도 거저 이윤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인플레가 억제되면 그런 거저 가없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윤을 올릴 수 없다. 상품의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올리는 것이 지상의 과제다.
이런 일들은 어디 미국의 얘기일수만은 없다. 우리 나라 기업도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미국의 기업들이 멀리서 교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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