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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신전서 떼어간 조각|영국서도 반환여론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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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러분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을 가보셨죠. 윗부분과 벽면조각들을 다 떼어내 참담해진 그 모습이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습니까? 「엘긴마블」은 우리 그리스정신의 결정체이자 뿌리입니다. 그것을 우리에게 돌려주시오.』
『일요일엔 참으세요』란 영화에서 창녀로 열연한 1류 여배우로 더 잘 알려진 「멜리나· 메루쿠리」 그리스문화부장관은 82년부터 영국과 세계여론을 상대로 이렇게 호소해왔다.
엘긴 마블이란 2천5백년 전 세워진 그리스 파르테논신전의 벽과 기둥 및 지붕부분에 있었던 정교한 대리석 조각품들로,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하던 터키에 주재한 영국대사 「엘긴」경이 가져왔다 해서 엘긴 마블이라는 이름이 불은 것이다.
이 문화재의 반환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영국인들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요즘엔 점차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의회에선 야당인 노동당의원들이 잇달아 일어나 다음과 같이 추궁했다.
『파르테논의 조각을 영국으로 뜯어서 가져올 당시에도 영국 안에선 비난이 있었다.
엘긴마블 뿐 아니라 현재 영국이 갖고 있는 제3세계국가의 문화재가운데 리스트를 만들어 돌려주어야 할 것은 돌려주는 것이 떳떳한 일이다.』
이에 대해 「월리엄·월드그레이브」예술담당환경성차관은 『그리스의 반환요구를 신중히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대영박물관에서 계속 보존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들은 대영박물관이 엘긴 마블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이며 영국이 아니었으면 신전의 조각은 그나마 보존도 안되었을 것이고 그리스에 돌려주어 봐야 제대로 보존할 능력이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원래 신전의 조각들을 「엘긴」대시는 자기 집에 갖다놓을 욕심으로 터키관리들을 매수, 떼어낸 것인데 그것을 본국에 운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 빚을지는 바람에 3만5천 파운드 받고 대영박물관에 팔아 넘긴 것이다. 이를테면 「장물」이었다.
아뭏든 엘긴 마블을 둘러싼 시비는 앞으로도 몇 차례의 고비가 있겠지만 시간이 문제지 결국은 반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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