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 이모씨 "정윤회씨 식사 중 세월호사고 '큰일'이라고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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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60)씨와 만났다는 역술인 겸 한학자 이모(58)씨가 9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출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제3회 공판 증인으로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4월16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따로 만났으며, 남녀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씨는 이날 공판에서 “세월호 당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반 정도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저희 집에서 (정 실장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씨를 ‘정 실장’이라고 지칭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분이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으로 있던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정 실장과 자신이 운영 중인 단체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원모씨와 함께 3명이 식사를 했다"며 "그 자리에서 원 총장이 사고 이야기를 했고 워낙 큰 사건이어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낮 12시 이후 원 사무총장이 사람들이 많이 빠졌다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정 실장 등과 서로 큰일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정윤회씨는 그날 오후에 다른 약속이 있다며 오후 2시 30분쯤 떠났다”고 덧붙였다.

정씨를 처음 만난 시기를 두고 선 검찰 조사("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와 다른 증언을 해 가토 측 변호인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씨는 “정씨를 과거 한번 본 뒤 2013년 12월 한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만남을 계기로 2014년 초쯤 정씨가 자신의 평창동 자택에 찾아와 한달에 한두번씩 만나 식사하는 사이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선 “10년 전쯤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로부터 정씨를 소개받아 한두번 식사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변호인 측이 이를 지적하자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예전에 한번 정씨를 보고, 2013년에서야 통성명 하는 수준으로 인사를 나누게 된 것으로 진술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이 “정씨가 지난 1월 증인 심문 때 이씨와의 만남을 진술한 기록을 보고 말을 바꾸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이씨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의 부암동 자택에 대한 공방도 일었다. 부암동은 청와대와 근접한 동네다. 변호인 측은 평창동이 아닌 부암동 자택에서 정씨와 통화한 적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이씨는 “부암동에서 정씨와 통화한 일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2014년 이전에는 부암동과 평창동을 오가며 기거했지만 2014년 초쯤 주소는 물론 실제 거주지도 평창동으로 완전히 옮겼다”며 “정씨와는 줄곧 평창동 자택에서 만나 식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정씨와 평소처럼 자주 전화통화를 했다”며 “지난해 검찰 조사 전 정씨에게 전화를 했을 때 정씨가 4월16일 이씨의 집에 갔었냐고 물어와 ‘그렇다’고 대답해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10월 일부 언론에서 과거 이씨가 대통령 부인 등을 거명하며 이권 청탁에 개입해 알선수재죄로 실형 복역을 한 전력을 비롯해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 등을 다룬 기사가 보도된 이후로는 정씨와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은 마트 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 이후 법원에 경비 강화를 해달라는 가토 전 지국장 측의 요청에 따라 평소보다 인력이 2배 가량 많은 방호인력이 투입됐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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