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 브라질 유소년팀 제자 이호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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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호(헤나토)에게.
너의 프로 경력에 많은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하며, 오늘의 노력에 따라 내일의 성공이 좌우되는 것을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너는 재능과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그 재능과 능력으로 팀에 기여하길 바란다.
브라질에서 너의 지도자 에메르손이 뜨거운 포옹을…’.

From . 크루제이루 클럽 코치 에메르손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후 축구 국가대표에 깜짝 발탁된 이호(20.울산 현대.사진)가 태평양 건너 브라질에서 편지를 받았다. 보낸 사람은 2001년 브라질 유학 당시 그를 가르쳤던 크루제이루 클럽의 에메르손 아빌라 수석코치다. 에메르손 코치는 크루제이루 17세팀에서 이호를 비롯한 꿈나무들을 키워냈고, 올해 1군 수석코치로 승격했다.

이 편지는 크루제이루 클럽에 유소년 축구 유학을 보내는 한국인 관계자가 받아왔다. 에메르손 코치는 이호가 국가대표에 뽑혔다고 하자 대번 "그럴 줄 알았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그는 "이호는 브라질에 오기 전부터 이미 준비된 선수였다"고 말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머리가 좋아 '게임을 알고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메르손 코치는 "이호는 특별한 선수였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와 봐야 살아남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1995년 이후 브라질 유학을 다녀온 선수는 1000명에 이르지만 국가대표에 뽑힌 선수는 박주영(서울).김동현(수원)과 이호, 세 명뿐이다.

에메르손 코치는 "이호를 잘 키워서 유럽에 진출시키고 싶었는데 한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2002년 이탈리아 세리에A 베로나에서 테스트를 받은 이호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비EU(유럽연합) 선수' 보유 한도가 줄어들어 입단 기회를 놓쳤다.

중동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울산에 입단한 이호는 아드보카트호에 깜짝 발탁돼 10월 16일 A매치(이란전)에서 강력한 압박수비와 예리한 패스 능력을 보여줬다.

편지 내용을 전해들은 이호는 "오래 전 거쳐갔던 제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 감격했다. 더욱 노력해 진정한 '5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호는 마차도를 울산에 소개한 브라질 에이전트로부터 "당장 50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고 유럽에 진출시킬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 '500만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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