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前금감위장 긴급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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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특별검사팀은 20일 현대상선에 4천억원 대출이 이뤄지던 2000년 6월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李瑾榮)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김종훈(金宗勳)특검보는 "이날 오후 11시45분쯤 李전위원장이 산업은행 총재 시절 배임 혐의를 확인,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李전위원장은 지난달 특검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로 특검 수사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李씨는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천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치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48시간 동안 신병이 확보된 李씨를 상대로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관계자 등과 함께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협의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뒤 혐의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李전위원장과 박상배(朴相培)전 산은 부총재, 김충식(金忠植)전 현대상선 사장을 불러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李씨의 혐의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전위원장 변호인은 "세 사람의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추가 조사를 위해 긴급체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朴전부총재와 金전사장의 사법처리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해 국감장에서 4천억원 부당 대출과 관련,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전화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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