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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세컨드샷 <끝> 멘탈 강한 김효주, 기술 좋은 리디아 고 … 둘이 맞붙으면 승자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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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23면

2013년 5월 하와이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조직위는 차세대 골프 여제 후보인 10대 라이벌 스타 세 명을 초청해 한 조에 넣었다. 리디아 고(당시 16)·김효주(18)·아리야 주타누간(18)이다.

 그 중 타이틀 스폰서인 롯데의 후원을 받는 김효주가 주인공 격이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라이벌과의 동반 라운드에 대해 김효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공 치기도 바쁜데 남 공 치는 것까지 생각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모범답안처럼 행동하기는 어렵다. 옆에서 경쟁자가 버디를 잡고, 이글을 잡는데 내 골프에만 몰입하는 것은 일종의 신의 경지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신경 쓰지 않고 치고 싶다는 희망사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 라운드 초반 세 선수는 눈부셨다. 김효주가 아이언샷을 컵 옆에 붙이면 주타누간은깃대를 맞추고, 리디아는 멋 곳에서도 버디를 넣었다. 세 선수가 시작하자마자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주타누간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30~40야드 정도 더 멀리 치는 드라이브샷을 활용해 버디 행진을 했다. 주타누간의 매서운 질주 속에 리디아 고는 두 차례 보기를 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김효주는 버텼다. 이날 결과는 주타누간이 8언더파 선두, 김효주가 6언더파 공동 4위, 리디아 고는 1언더파 공동 52위였다.

 코스레코드를 쓴 주타누간은 경기 후 “어릴 때부터 대회에서 함께 만난 친구들과 함께 쳐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성적이 좋았으니 당연한 말이다. 리디아 고는 전혀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약이 오른 듯 했고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몇 시간 동안 뙤약볕에서 연습을 했다. 김효주는 “남의 경기 신경 안 쓴다”는 자신의 말대로 그냥 무덤덤했다.

 경마장에서 말에게 눈가리개를 씌운다. 옆에 있는 말들을 볼 수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린다. 김효주는 경기 중 대부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김효주는 천성적으로 남에게 신경을 안 쓴다. 골프 하면서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자신에 대한 기사도 보지 않는다. 혼다 타일랜드는 LPGA 데뷔전이었다. 기자들이 “부담되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LPGA 우승도 했으니 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를 가르친 한연희 코치는 “겉으로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효주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에비앙에서 카리 웹과 접전 중 뒤땅을 치고도 파 세이브에 성공하는 강한 멘털을 보여줬다. 김효주는 경쟁자나 부담된 상황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샷을 할 수 있는 능력에서 최고 수준이다.

 리디아 고도 위기에서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올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는 최나연과 우승을 다투다 17번 홀 벙커에서 섕크를 내 역전패했다.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리디아 고는 올해 2승을 거뒀고 확고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잃을 것이 많아졌다. 잘 못 쳤을 때 생기는 부담감도 늘었다.

 리디아 고가 심리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더 알고 싶다는 뜻이고, 통제하고 싶다는 뜻이다. 반대로 보면 아직은 잘 통제하지 못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경향도 있다.

 현재까지 골프 기술에서 리디아 고가 김효주에 약간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기록에서 조금씩 낫다. 하지만 멘털은 김효주가 약가 우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귀 사이, 즉 뇌라고 잭 니클라우스가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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