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총리직 마감한 슈뢰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독일 총리에서 물러났다. 1998년 '노이에 미테(신중도)' 기치를 앞세워 통일 재상 헬무트 콜을 물리치고 집권한 지 7년 만이다.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수에게 총리직을 넘겨준 슈뢰더는 당분간 하원의원직을 유지하며 회고록을 집필할 계획이다. [베를린 AP=연합뉴스]

게르하르트 슈뢰더(61) 총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는 19일 고향인 하노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팝송 '마이 웨이(My Way)'를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총리로서 고별식을 했다. 이날 독일군이 주관하는 퇴임식에 참석한 슈뢰더는 페터 슈트룩 국방장관과 나란히 서 군악대의 연주에 눈시울을 적셨다. 1998년 통일 총리인 헬무트 콜을 누르고 집권한 지 7년 만이다.

그는 대표적인 68세대 정치인이다.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과 더불어 슈뢰더까지 퇴장하면서 68세대 시대가 저물어 간다. 슈뢰더 전 총리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정치인도 드물다.

빈틈없는 외모와 빼어난 말솜씨로 유세장을 주름잡았다. 미디어 총리,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슈뢰더의 인기는 부단히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개인사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기도 하다.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무척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야간학교를 다니며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언젠가 어머니에게 벤츠 승용차를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조국을 위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슈뢰더가 정계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하원의원직은 유지한다. 실제로는 그동안 못했던 여유 있는 생활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내년 가을에 출간할 회고록을 준비한다.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구를 사두었다고 한다. 접어두었던 변호사 생활을 위해 베를린에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