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중공정국…새해의 전망|등소평 건강이 안정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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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해를 맞은 중공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서방영향에 관한 토론속에서 지난 몇년동안 지속해온 안정기조를 계속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등소평 체제하의 현 중공지도층이 모택동의 잔재를 없애는데 주력할 것인지 또는 서방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힘쓸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북경주재 서방외교관들은 금년에 정치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곧바로 권력투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모택동시대와 달라 보복 없이도 해결될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정책결정에 다소의 마비현상을 보여왔으나 일반인들은 이에 별 관심이 없으며 등이 실권을 잃을 아무 징조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8순에 들어선 등의 건강은 무척 좋아보이나 외교관들은 그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경우 현 중공지도체제의 일체감은 무너질 것으로 보고있다.
한 외교관은 『등의 건강이 도덕운동이나 당 정화운동보다도 더 중공의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의 혼란은 4천만의 중공공산당원 중에서 모택동파를 숙청하는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가 즉각 중단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고위관리들은 극좌파들에게 공격의 화살을 퍼붓는 대신 『도덕적 부패』에 과녁을 맞추었으며 당에 대한 주요위협은 자유사상을 가진 지식인들과 서구의 퇴폐문물에 물든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서구영향에 대한 몇몇 공격은 모가 사망한 76년 이후 가장 격렬했던 관계로 이곳 외국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도덕운동이 『모택동복장』을 마다하고 청바지를 좋아하는 젊은 층을 겨냥하기보다는 반체제 정치인들을 향한 것이라고 중공신문들이 강조하면서 곧 수그러졌다.
한 외교관은 『현재로서는 중공의 정치전망이 불투명하나 모의 사망전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권력투쟁이 진행중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등소평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한 현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덕부패』에 관한 캠페인이 수그러진 이후 일부 관리들이 모택동주의자들을 신랄히 비난하자 극좌파들에 대한 숙청의 징조가 나타났다.
새해는 대미문제에 관한한 밝은 전망을 보여준다.
중공수상 조자양이 1월에 미국을 방문하며 「레이건」도 4월에 중공을 방문하게된다.
중공의 대미관계는 미국이 고급기술장비의 대 중공판매조치를 해제한데 힘입어 「레이건」당선이후 어느때보다도 좋다.
대만문제가 계속 긴장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중공의 미국에 대한 대 대만정책비난은 상당히 부드러우며 양국간에는 신뢰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한 외교관은 『미국의 대 중공고급기술 판매금지 해제조치가 양국간의 관계증진에 이바지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중공이 이 장비들을 대량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으나 중공은 판금해제조치가 미국의 우의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공의 대 소관계는 아직도 해빙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2년 이후 중·소 양국은 스포츠 및 학생교류 등을 부활하고 관계증진을 위한 3차례 회담을 열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중공관리들은 이제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으며 소련은 관계증진을 위해 3개의 장애를 없애는데 타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년도에 중공이 맞을 외교적 난제는 역시 홍콩문제다.
홍콩장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밀회담이 l년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지난해9월 중공언론이 영국의 정책을 비난해 분위기가 긴장되기도 했으나 영국이 홍콩에 대한 최종주권이 중공에 있음을 승인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 이 간장은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공은 금년 9월까지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홍콩문제를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공표, 이로 인해 긴장은 증가될 가능성도 있다. 【북경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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