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장병의 노고를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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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밑이 가까와오면 우리주변은 공연히 잔치라도 맞는듯 술렁거림이 눈에 된다. 화려한 상품들이 쌓이고 거리엔 즐거운 분주함이 있다. 저녁이면 음식점들은 송년회로 부산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음지들이 우리 사회엔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후방의 안전을 지켜주는 60만장병의 불침번이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명심해야 하겠다.
우리 국군장병들은 얼어붙은 최전방 고지에서, 파도를 가르는 함정 위에서, 초음속의 창공에서, 그리고 전·후방 각 기지에서 추위와 고독을 이웃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그들에겐 휴일도 없고 축제도 없다. 밤과 낮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가 지나면 고된 또 하루가 계속될 뿐이다. 안락과 쾌적이 있을리 없다. 그런 환경에서 적에게 조그만 빈틈이라도 주지않기 위해 각자의 진지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우리가 축제기분에 들떠 있을수록 적은 더욱 호시탐탐하게 마련이고 그런 때일수록 전·후방 방어태세는 더욱 절실해진다.
때마침 우리 육·해·공3군은 20일 각기 주요 지휘관회의를 갖고 전·후방의 방위태세를 재확인했다.
이번 지휘관회의는 여러가지 점에서 시기적절하고 뜻있는 모임이었다. 올해 따라 북괴의 도발이 빈번하고 악랄했을 뿐만 아니라 군의 주요지도부가 교체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육군의 정호용대강이 참모총장에 취임함으로써 우리 국군의 수뇌부가 모두 4년제 정규사관학교 출신들로 총원 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국군의 성장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마음 든든하고 흐뭇하다.
해방된 조국에서 중등교육을 받았고 우리가 만든 사관학교에서 현대 군장교에 필요한 소정의 과정을 충분히 거친 새로운 군지도부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소임도 중대함을 느껴야 하겠다.
육군이 적의 후방침투에 대비해 특공부대를 전·후방에 골고루 배치하겠다고 한 것이나 해군이 적의 장비현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과 작전형태 개발을 다짐한 것은 모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각오라고 본다.
특히 공군이 소련공군의 위협을 느껴가면서 조기출동태세와 효과적인 대처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쌓고 있는 것도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처하려는 믿음직한 태세다.
후방의 국민들은 이같은 우리 국군지도부와 장병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물심양면의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요즘의 군사환경은 새로운 전술과 기술의 개발로 수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인만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온국민의 총방위시대인 것이다.
우리국민 모두는 60만 장병의 부모이며 형제인 것을 잊지않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국군을 돌보고 국방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이것이 세모의 추위에 떨고있는 우리 전·후방 국군장병에 대한 최대의 세밑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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