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208억원짜리 고철'… 광명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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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3개월여 전 준공한 분뇨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이 가동 첫날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분뇨만 정화 처리하고 있어 반쪽 시설로 전락할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시는 여태껏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음식물 쓰레기를 민간업체에 따로 돈을 주고 처리하고 있어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08억원을 들여 광명 돔경륜장 뒤편 광명동 533 일대 4816㎡의 부지에 분뇨(하루 300t)와 음식물(하루 100t)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착공해 8월 말 완공했다.

그러나 이 시설 중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이 가동 첫날인 9월 1일부터 지금까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은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찌꺼기만 굳혀서 걸러내는 것으로 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과 수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오염수치가 급증하고 있다. 음식물 부유물이 분해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애초 음식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탈수여액(음식물처리 후 남은 폐수)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농도는 2만2000ppm,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1만5000ppm,SS(부유물질)는 3000ppm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배출되는 이들 농도는 허용 기준치보다 각각 2~10배가량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는 매달 2억2000만원을 들여 관내에서 배출되는 하루 85t의 음식물 쓰레기를 민간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다만 분뇨 처리시설은 하루 200t 가량을 반입 받아 정화 처리하는 등 정상 가동되고 있다.

시민 윤수병(61.광명5동)씨는 "시가 세금을 거둬 지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이 장기간 고장이 난 채 고철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른 시일 내에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광명시는 시공회사.설계회사 등에 책임을 떠넘기며 아직까지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설이 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전문업체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광명시의회도 음식물쓰레기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시의회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고 해당 공무원에게 예산 낭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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