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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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지웨이」장군과 미국사람들은 원주에서 우리국군이 반격하여 쳐올라갈 것을 기대했다.
대통령은 우리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원주지역 일선시찰에 장군과 동행하기로 했다.
「노블」박사는 「무초」대사가 현 사태, 즉 서울은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이므로 우리정부가 부산으로 떠나주기를 원하고 있음을 대통령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리지웨이」장군도 우리정부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원주의 한국군 격려>
「노블」박사는 오늘 오후에 우리가 서울을 떠나도록 제의했다.
대통령은 「노블」박사에게 우리가 서울을 떠나야할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우리의 방어선은 지켜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신국방장관이 와서 우리가 서울을 떠나야 한마고 권고를 했다. 결국 우리는 3일 상오9시에 떠나기로 한 것이다. 즉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정일권장군이 와서 현재의 전황을 설명했다.
중공군이 하도 수없이 떼지어 몰려오기 때문에 무슨 수로든 그들을 저지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군들은 의정부까지 철수하면서 자기들의 장비를 하나라도 더 건져가지고 후퇴하여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미군들이 많은 탱크와 중장비용 가지고 서울을 방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많은 중무기들이 큰 효력을 발휘하여 중공군을 쫓아버리는 일이 불가능하다니….
대통령은 하오2시에 「리지웨이」장군과 「무초」대사를 대동하고 원주를 향해 비행기로 서울의 활주로용 이륙했다.
대통령의 일행이 원주에 도착했을때 거기서는 아무도 그것을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어서 일행은 한국군사령관인 유장군의 소재를 찾아내느라고 무척 애를 먹었다.
우리 장병들은 사기가 충전하여 대통령에게 2시간내에 홍천을 다시 되찾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홍천은 매우 중요한 도로상의 전략지점인데 바로 하루 전날 적에게 빼앗겼었다.

<각의열고 남하 결정>
미 제10군단의 「앨먼드」장군도 원주에 있었는데 대통령은 조금이라도더 많은 시간을 우리장병들과 함께 보내려고 10군단은 방문하지 않았다. 「리지웨이」장군만 미10군단에 갔었다. 대통령은 하오 4시30분께 올라왔는데 우리의 방어선은 지켜질 것으로 확신했다. 4시에 각의가 열렸는데 조병왕내무장관이 우리정부도 남하해야 한다고 다시금 주장했다.
조내무는 자기에게 내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미군고문관이 있어서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인상을 갖게하려고 노력했다. 대통령은 조내무에게 미국사람들은 그 고문관말을 들어야겠지만 한국사람은 어디까지나 그런 공포분위기에 휘말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어야만 미국사람들이 머물러 싸우겠다는 마음의 용기를 갖게될 것이라고 대통령은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과 정부는 다음날 서우을 떠난다는 것과 전시내각은 군대와 함께 남는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전황보고는 매우 불리한 소식만 전해주었고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적을 현대식 무기로 막용 수가 없다는 모양이다.
우리는 폭격이 왜 더 나은 효력을 발휘할수 없는지 이해가 안된다.

<중공군 막을길 없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왜 더 폭격을 맹렬히 가해서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적의 무리를 저지시킬수 없단 말인가.
대통령과 나는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을 않은것 같이 서로가 말없이 아주 조용히 밤을 보냈다.
언제 다시 우리가 서울로 돌아오게 될것인가?
6윌에 우리가 떠날때는 한 며칠간만 수원에 내려가 있다가 미군의 지원이 오는 즉시 서울로 되돌아올 것으로 생각됐었는데….
지금 우리는 모든 탱크·비행기와 군대를 가지고도 적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6윌에 적이 쳐내려왔던 대로 중궁군도 38선에서 서울까지 남하하는데 3일이 걸렸다.
그당시에 우리는 탱크와 공군력만 우리가 갖는다면 적을 완전히 저지시킬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그때는 우리가 막아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으로 그들을 저지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미합참의장 「콜린즈」장군이 부산에 들러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포로로 잡힌 적군의 장교에게 공산당을 무엇으로 막아낼수 있느냐고 물었을때 오직 한가지 원자탄 뿐이라고 대답했던 두사람의 대화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다른것은 소용 없고 오직 원자탄으로만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저지시킬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하도 많은 적의 무리를 무찌르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파괴가 아니면 안될것 같다.

<피난행렬 안타까와>
우리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수천 수만명의 우리국민들을 생각했다. 만일 적군이 이렇게 빠른 속력으로 내리닥친다면 우리의 이 불쌍한 국민들은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금 막 한강 건너 수원까지 내려가서 적이 더 내려오지 못하게 저지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직 하느님만이 적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계시옵니다.
하느님, 부디 이 불쌍한 우리국민들과 저희들을 도와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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