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부질없더라 … 매순간 성장해야 진정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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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통산 476경기, 1993이닝 투구, 124승98패. ‘코리안특급’ 박찬호(41)가 아시아 출신 투수로서 세운 메이저리그 최다승·최다투구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박찬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USC) 한국학연구소(소장 데이비드 강) 초청으로 특강을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생활에 대해 “지금 돌아보면 기막히게 운 좋았던 날들”이라고 했다.

박찬호는 지금 가장 관심 가는 인물로는 타이거 우즈를 꼽았다. 우즈는 지금 불행과 좌절을 겪고 있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우승하면 감동을 줄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LA중앙일보]

 -한국인이라서 힘들었나.

 “한국을 짊어지고 있다는 버거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뭐든 새로운 것은 어색하고 불편한 건데 동료선수들이 날 어렵게 대하는 걸 ‘날 싫어해서’라고 믿어버렸다. 그런데 문화에 익숙해지고 내가 다르다는 것에 편안해지니까 인종이고 뭐고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한국인, 미국인으로 살지 말고 그냥 사람으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면 다 똑같다. 틀에 갇혀 살면 뚫릴 일도 막힌다.”

 -124승은 대단한 성공이다.

 “124승 세운 그날 밤, 호텔방에서 펑펑 울었다. 기뻐서가 아니라 어이없고 허망해서 몇 시간 동안 소리내 울었다. 노모 히데오의 기록(123승)을 깨보겠다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돼서도 이를 악물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더라. 124승을 세우니까 나를 밟고 125승을 세울 후배가 생각나 ‘200승까진 세워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몸부림을 쳐도 더 잘하는 후배들이 나올 텐데…. 이길 자신도 없었다. 그때 누구보다 더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을 성공이라고 부르는 건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성장이다. 매 초, 매순간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게 성공이다. ‘누군가보다 더 잘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다. 다들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내 위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남들의 기준을 나에게 끼워 맞춘다고 술술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다. 그럴 시간에 나의 본모습에 집중하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그것을 상상 할 수 있는 자유도 생긴다. 그러면 꿈에 가까워지는 게 아니겠나.”

 -꿈은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나.

 “자그마한 상상이 꿈을 만들었고, 꿈이 생기니 디테일한 목표가 보였다. 나를 욕하고 힘들게 한 사람들 참 많았는데…. 어쨌든 그걸 통해 배운 것들이 많다. 어려움을 겪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그걸 이겨내면 ‘노하우’가 쌓인다. 몸에 새긴 노하우는 없어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월등한 자신을 꿈꾸지 말고 매순간 성장하는 걸 기대하라.”

LA중앙일보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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