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합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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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 아베가 지난 달 15일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일본수영연맹]

물을 차고 나와 들어올린 두 다리가 두꺼웠다. 그래도 쭉 뻗은 발끝까지 이어지는 각선미는 제법 아름다웠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경기 중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선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일본 수영 사상 최초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가 된 아베 아쓰시(32)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대표적인 여성 스포츠다. 19세기 말 남자들이 시작한 종목이지만 미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여자들의 스포츠가 됐다. 1973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정식종목이 된 이후 아시안게임·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여자만 참가했다.

 올해부터 ‘금남의 구역’이 해제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보급을 위해 혼성(남1·여1) 종목을 신설한 것이다. 오는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성 종목이 첫 선을 보인다. 수영 강국 일본은 발 빠르게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를 찾았다.

 아베는 지난달 15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명 중 1위(77.167점)를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표현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세 살 때 수영을 시작한 아베는 지난 2001년 일본 영화 ‘워터보이즈’를 보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푹 빠졌다. 이 영화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남자 고교생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팀을 만들어 학교 축제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베는 이 영화를 열 번이나 극장에서 봤을 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 2004년 일본 후지TV가 이 영화를 드라마로 제작했을 때 고교 선수 30명 중 한 명으로 출연했고, 동작 지도까지 했다.

 아베는 2009년 이탈리아 밀라노, 201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열린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그러나 FINA 규정상 메이저 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 그는 수중 쇼를 하는 이벤트 회사 직원이 됐다가 혼성 종목이 신설돼 큰 무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아베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필요하다면 여자 선수들처럼 진한 화장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너인 아다치 유미(26)와 함께 6월 스페인오픈에 출전한 뒤 7월 세계선수권에서 첫 메달을 노린다.

 한국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남자 선수가 하나도 없다. 김경선 대한수영연맹 이사는 “한국엔 여자 선수도 초·중·고·일반부까지 총 50여 명뿐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혼성 종목이 생길 테니 남자 선수들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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