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화"에 염증 "개성"을 찾는다|「배추밭 꼬마들」 왜 날개돋치나‥‥미국인들의 심리분석|못생긴 얼굴이 매력|어린이 열등감 안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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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크리스머스 쇼핑가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있는 「배추밭의 꼬마들」이란 이름의 못생긴 인형은 「ET」이래 가장 큰 센세이션이라고들 말하고 있다. 이 인형을 만든 콜레코사는 연말까지 2백50만개를 팔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고 완구점에서는 2주일째 이 인형을 사려는 인파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의 요구에 약해지는 크리스머스계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이고 어른이고 할것없이 완구점에 쌓인 무수한 인형들을 제쳐놓고 하필 「배추밭의 꼬마들」만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속세들이 있다. 가장 소박한 설명은 인형이 못생겼기 때문에 늘 예쁘게 생긴 인형만 보아온 아이들이 이 인형에 대해서는 열둥감의 느낌없이 친근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복잡한 설명을 찾는 사람들은 이 인형이 대량 생산시대의 규격화된 상품에 대한 혐오감을 해소시켜 준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소유한 텔리비전·냉장고·자동차·주택이 다른 사람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규격품이라는 사실에 대해 알게 모르게 염층을 느껴온 소비자들이 남의 자식 인형과는 뭔가 다른 인형을 자기 자식에게 줄수 있다는 환상을 좇아서 이 인형을 산다는 것이다.
이 인형은 컴퓨터를 이용해 모두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1838년 조지아주의 출생신고록에서 따낸 실재했던 이름이 쓰여진「출생신고」와 「인양증서」가 첨부되어 있어 그런 피상적인 환상을 충족시켜 준다.
이와같은 설명은 대량생산시대의 규격화 현상이 후기산업사회에서는 개성화현상으로 바꿜것이며 생산기술도 대량생산 속에서의 개성화를 가능케 해준다고 말한「앨빈·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의 내용과도 부합된다.
그래서 미국의 모든 분야의 소비산업들은 「배추밭의 아이들」이 소비자들에서 일으키고 있는 열광적인 반응을 다른 상품에 원용할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을법하다.
규격화속의 개성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에 영합하는 움직임은 이미 부분적으로 시도되어왔다.
「사람에 따라 다른 향기가 나도록 보장된」향수가 나왔다는 선전도 있었고 「먹는 사람의 기호에 맞춰 각각 다른 맛을 내는」햄버거 선전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같은 상품선전이 「배추밭의 꼬마들」과 마찬가지로 규격화 속의 개성을 갈파, 소비자들에게 일시적인 총족의 환상을 줄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짜 「자기것」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논평가는 이 인형이 충족시키는 개별 소유욕은 환상이며 가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규격화 현상이 아직 범적인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고 개성이 살아있는 유럽이나 나머지세계에서는 이런 인형의 선풍이 번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인형 하나를 가지고 온통 야단법석을 떠는 미국인들의 집단심리에 대해 보다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학자도 있다. 조지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랠프·위텐버그」교수는 최근 뉴스위크지에 인용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은 자신의 독립된 관찰과 판단을 포기하고 보다 권위있는 사람이나 거대한 물결에 매몰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배추밭의 꼬마들」에 대한 대중 히스테리는 나치즘의 파괴적 사회현상과 비슷하다.』
크리스머스 계절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열개 인형선풍을 두고 그처럼 엄청난 진단을 내리는 것은 과대방어본능의 소산인지 모르나 아직은 학자가 정색을 하고 이 현상을 진단하지는않고 있다.
여하튼 사랑의 계절로 미국인들 스스로가 규정하고 있는 크리스머스에 인형을 서로 자기 자식에게 사주려고 서로를 밀지고 있는 배타적 탐욕의 풍경은 미화시키기 어려운 모습이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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