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아이들,가족개념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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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했다. 지금 지원이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지원이와 할아버지.할머니는 가족입니까?" "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이 양부모와 모두 함께 사는 아이들보다 조부모-아동으로 이뤄진 가족이나 부모가 이혼 후 한부모가족이 된 경우를 보다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라는 법적 계약 관계가 붕괴되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함께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결혼하지 않고 낳은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 가족과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형제 자매로만 구성된 소년소녀가정을 가족의 한 유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양부모 가정 아이들보다 높았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 사업팀장(소비자아동학부 교수)은 최근 '아동가족의 이혼 후 적응'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생 113명, 그렇지않은 양부모가정 아동 300명을 조사대상으로 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지원'이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워 "지원이는 어머니.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지원이와 어머니.아버지는 가족입니까""지원이의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새어머니는 지원이의 가족입니까?""지원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하였습니다. 지원이는 지금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지원이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 아버지는 가족입니까?" 등 총 8개 유형의 가족 유형을 물었다. 어린이들이 '가족이다'라고 수용하면 0.5점, '가족이 아니다'라고 대답하면 0점을 부여했다.

물론 양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양쪽 집단 모두 가장 높았다. 또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생물학적 유대관계가 있는 친부.친모를 양쪽 집단 모두 절반 정도 가족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같이 살고 있지 않는 부모의 재혼자를 가족으로 여기는 경향은 평균점수 0.4대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을 사회적 의미로 개념화하기 시작하는 6학년보다는 4학년이 부모의 이혼 경험으로 인해 가족 개념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가족의 4학년 아동들은 가족의 개념 중 동거.혈연.법적 구속 등의 기준에서 한가지가 없어도 가족의 개념으로 가능하다고 답한 빈도가 높았다.

이교수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이 증가해 2002년 한해 동안 20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두고 이혼한 부부가 전체의 70%가 된다"면서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는 개인의 불행 뿐 아니라 미래 한국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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