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그 영화 여태 안 봤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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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895년 12월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했다. 그리고 넉 달 뒤 미국에서도 에디슨이 영화를 틀었다. 당시만 해도 영화는 소수의 귀족과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영화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노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영화는 대중 문화의 기수로 거듭났다. 그로부터 1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숱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영화 가운데서 '꼭 봐야 할 명작'을 꼽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일간지와 영화 잡지사 기자들과 영화학과 교수 등 58명이 모여 내놓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960쪽, 마로니에북스, 3만9000원)이 눈길을 끈다. 모든 시대와 모든 장르를 망라한 영화를 대상으로 1001편을 꼭 집어내는 '대모험'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도 쉽진 않았다. 현존하는 수많은 영화 목록에 대한 질적 수준과 평판을 일일이 따지고, 다양한 시대와 국가.장르.운동.감독.배우.제작자.각본가.촬영감독 등을 고려해 추린 후 필자들의 피드백과 제안을 바탕으로 책을 꾸렸다.

책임편집자인 스티브제이 슈나이더는 서문에서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며 "호기심 많은 독자를 열성적인 영화 관객으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14분짜리 프랑스 무성 흑백영화인 '달나라 여행'(1902)으로 시작하는 1001편의 영화에는 한국 영화가 두 편 들어 있다. '비범한 이미지의 창조자'라고 평가받은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와 '혁신적이고 경이적인 격투 장면을 연출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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