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성인병-고가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는 의료행위에 이속담을 불러 들이는것을 볼수있다. 분수에맞게 이용하기 보다는 무조건 좋다는 것은 다 해보려는 경향이 있어 가끔씩 의사들이 애를 먹는다.
지난 75년 필자가 미국에서 전공의(레지던트)공부를 하고 있을때 경험한 일이다.당시 필자는 신경과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간질 발작환자가 병원에 들어왔다.보통 간질환자는 진찰과 뇌파검사를 해보는게 보통이지만,. 수석 레지던트가 우리나라에도 도입,활용되고 있는 CT촬영을 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CT촬영을한적이있다.그래서 필자는 처음 CT촬영이 어떤것인가를 알게됐지만 환자들에게 이런 촬영을 권할때마다 망설이는 습관이 생기게됐다.
CT촬영술은 20세기 의학의 혁명으로 불릴만큼 환자 진단을위한 우수한 기술임에 틀림없지만,이것으로 촬영하려면 엄청난 경비가 들기 때문이다.CT촬영기계는 보통70만∼80만달러나 하는 고가장비다. 그래서 촬영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촬영에 대략 20만∼30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구태여 CT촬영이 필요없는 멀쩡한 환자들이 CT촬영을 하겠다고 조르는 경우다.
중년기가 되면 1년에 한번정도는 정기적인 신체검사를 받아야한다.미리 신체의 이상을 발견하는것이 경제적이고, 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의에는 이런「신체검사」에 필요없는 검사나 진단술을 쓸데없이 요구하거나 낭비하려는 사람이 적지않은것 이다.
어떠한 검사든 반드시 의사의 권유에 의하여 이루어 지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환자의 미심쩍은 마음을 해결해 주기위해 검사를 하도록 해주는 경우가 있으나 의사의 임장에서는 불필요한 검사임이 분명한 만큼 마음이 편치 않을때가 많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해 준다면 많은 낭비를 예방할수 있을것이다.
정기 신체검사에 필요한 검사및 진단술은 환자개인의 의학적 역사에 따라 또연령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으나 철저한 의사의 진찰, 즉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변검사, 혈액검사, 가슴X선촬영, 심전도, 항문직장경등이면 충분하며, 여자는 이외에 자궁암 세포검사, 유방검사등을 추가하면 충분하다고 하겠다.
요즘 일반적으로 아프지 않을때 진단을 받아보려는 경향, 그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같은 긴단읕 통해 질병을 조기에발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울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가강 신경을 쓰는 암에 있어서 조기발견이 거의 절대적이어서 진단을 통해 생명을 건져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과 회한속에서 생명의 등불이 꺼져가는 환자가 분명해진다.
그러나 환자자신들이 특정한 질병이라고 지레짐작, 특수한 진단을 지정해서 요구하는것은 생각해볼 문제다.의사와 상의해 권장하는 검사만 한다면 대부부의 질병은 발견될수있다.자신의 건강에 너무 무관심한것도,값비싼 진단장치를 너무 과신하는것도모두가 옳지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