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아카데미 일부회원 『동우리』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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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야야야 야,이놈아!너하던 짓은 다했느냐!』「어어려,제미랄놈이 다해!』 사설에 맞추어 엉엉이를 흔들고 삿대길을 해가며 과장된 몸짓으로춤을 춘다. 이어 『뎡더게덩다, 얼쑤 얼쑤, 덩기 덩기…)흥겨운 사설과 단장이 따른다.
7일 하오2시 서울 경동교회 교옥관 3층 방에서는 신명나는 장구장단에 맞춰 30,40대 가정주부 15명이 연극연출가 유인열씨의 지도로 마당극읕 연습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찬아카데미산하 주부 아카데미 협의회 회원중 특별히 전통문화에 관심이있는 여성들. 지난 11월30일 총 25명이 『동우리』란 이름으로 모여 발단시까지 가졌다.회장은 주부 아카데미 1회출신 윤명희씨.
주부 아카데미 협의회는 아카데미하우스가 가정주부들의 의식화를 위해 79년부터 봄 가을. 연2회씩 실시해온 주부아카데미 수료생들의 모임.
주부아카데미는 여성사회 연구회. 여성평우회,여성의 전화등 아카데미하우스산하 여성클럽들과 공동주최하는 오는 84년3월 (22∼24일) 의 제2회 여성문화제에 공연키위해 마당극을 연습하고있다고 한다.
『여성과 일』 을 주제로『평등· 평화· 발전』을 캐치프래이즈로 내걸고 열리는 이 제2회 여성문화제에는 각 클럽에 의해심포지엄· 영화· 사진전·표어포스터전· 모의재판등이 게획되고있다.
여성을 주제로 한 고금의 노래가 망라되는 노래모음 프로그램에서는 여성문화제의 주제가를 만들어 일반여성을 위해 보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가정주부들인 우리들이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롤 익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나아가 우리사회에 확산시키는데 다소나마 보탬이 되고자 마당극공연을 계획했다』 는 것이 동우리회 윤명희회장의 얘기.
『그러나 배우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기쁨을 발견했다』 고 한다.주부아카데미 4기출신이라는 김용림씨 역시 『우리장단의 노래롤 배우고전통적인 춤 동작을 익히는 것이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도 느낀다』 며 열의를 보인다.
마당극의 극본은 동우리 회원들의 공동작으로12월말까저 완성시킬 계획이다.이들이 생각하는내용은△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치부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되는 사회병리현상△가부장적제문화현상△여인 여성 여사 여류 여자등 갖가지로 불리는여성 호칭의 뉘앙스등.
한국사회의 각종 현상중 특히 여성과 관계된시사적 요소가 들어있는주제를 풍자적으로 다룬 흥미로운 춤과 노래의 마당극으로 만들것이라고 한다.
그 준비과정의 하나로 동우리 회원들은 지난9월27일 숙명여대 축제에서 공연된 한국 여성운동사를 풍자적으로 다룬『불망기』를 단체 관람했다.
『 에헤야 어어히야,들 들내기야. 흥이 났네, 흥이 났네.우리 농군들 흥이 났네. 날 오란다,날 오란다. 산골처자가 날오란다. 무엇하라꾜 날 오란가…』
잦은 들내기의 몇귀절.그밖에『에루와 에루얼싸』등 우리의 전래민요중 노동요 2곡의 가사가 연습실 벽 한쪽에 붓글씨로 쓰여 붙여져있다.마당극을 공연하는데 필요한 우리민요의 가락을 익히기위한 교재다.
아직까지는 매주 수요일 한번씩 하오1시부터4∼5시간썩 연습을 하고있는데 평소 이렇다하게 운동올 하지않던 주부들이라 뛰고 노래하는것이 힘든 모습들. 실수연발 그러나 모두들 뺨이 상기된채 흥겨운 표정들이었다.
장고장단을 쳐 박자를 맞춰추고, 선창을 하고 같이 춤을 추며 이들 주부들을 지도하고있는 유인열씨. 그는 「주부들이 동작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삶의 경험이 주는 풍부한 생활감정이 젊은이 보다 훨씬 더 우리·전룽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웅이 된다고 얘기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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