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퇴직혁명] 중. 일본, 연금개혁 연착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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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연금교육센터(www.cci-nenkin.jp)'사이트에는 이런 글귀가 떠 있다. 1962년 이후 확정급여(DB)형만 고집했던 일본의 퇴직 연금제도는 2001년 확정기여(DC)형으로의 전환 이후 거센 변화를 맞고 있다. DB형은 그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기업은 퇴직 후 여생을 보장해 준다는 일본의 '종신고용제'와 잘 맞아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은 DB형에 대한 믿음도 금이 가게 했다.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회사가 책임지는 DB형 연금제도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도요타.히타치 같은 초일류 기업들도 90년대 중반부터 연금준비금이 적자로 돌아섰다. 연평균 수익률을 5.5% 정도로 예상했지만 경기가 나빠져 턱없이 못 미쳤다. 2000년 일본 퇴직연금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당시 늘어난 일본 기업들의 부담액을 10조 엔으로 추산했다.

DC형 연금의 출범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재계는 물론 노동계도 적극 협력했다. 일본상의.경단련은 도요타.히타치.닛쇼이와이 같은 대기업들이 새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제도를 널리 알릴 간판 기업으로 삼기 위해서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금융.연금문제 교육보급 네트워크'라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노조와 노동자를 상대로 교육에 나섰다. DC형 제도의 보급은 보수적인 일본 직장인들이 투자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도 됐다.

특별취재팀 : 표재용.이승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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