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재활 보조기구 공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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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활 보조기구 하면 의족.의수 정도 생각하지만 공학기술과 IT가 접목되면서 장애인을 도와주는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본지에 소개된 루게릭 환자 박승일씨가 사용한 안구마우스 '퀵글랜스'가 대표적이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따라 컴퓨터의 커서가 이동하고, 눈을 깜박하는 동작으로 클릭을 대신한다. 불행하게도 이런 첨단 제품은 모두 고가에 수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재활공학 수준이 열악하기 때문.

11일 경기도 장애인복지관에선 '제1회 재활 보조기구 아이디어 공모전'심사가 있었다. 재활 보조기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재활공학 서비스 연구지원센터'가 경기도 지원으로 국내 처음 기획한 이번 공모전에는 무려 104점이 출품돼 경합을 벌였다. 특히 출품자 중에는 장애인이 15%를 차지해 실용적인 제품이 많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총평.

항공우주연구원인 김성필(33)씨는 손발을 쓸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스위치만을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클리키'를 개발해 1등상을 받았다. 키보드를 화면에 띄워놓고 스위치를 눌러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글 지원과 단어 예측 기능이 있어 문자 입력이 한층 쉽다.

2등을 각각 차지한 대구대 재활공학과팀과 영남대 전자과팀은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기구를 만들었다. 그림이 그려진 아이콘 단추를 누르면 하고 싶은 말이 스피커에서 나온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물 주세요'등 40여 문장이 담겨 있고, 이를 바꿀 수도 있다.

뇌성마비 환자인 이평호(33)씨는'내 마음대로 흡입식 소변기'(사진)를 개발해 3등을 차지했다. 소변 볼 때마다 주변에 흘리는 불편함을 반영한 것. 청소기 모터의 빨아들이는 원리를 이용해 소변이 흡입되도록 고안했다.

이 밖에도 손이 불편한 아이를 키우는 주부 양정숙(37)씨가 '자동(치약 내장형)칫솔'을, 또 최상민씨는 '장애인 혼자서도 높이 조절이 가능한 목발'로 아이디어상을 받았다.

센터 오길승 소장(한신대 재활학과 교수)은 "공모전이 재활 보조기구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를 만들고, 값비싼 수입 보조기구를 국산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상한 작품은 18일까지 경기도의회 로비 전시장에서 기성품으로 나온 재활 보조기구 200여 점과 함께 전시된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회의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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