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생포 작전의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는 또 다시 주말을 기습했다. 다행히 우리국군장병들의 기밀한 작전으로 그것은 완전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무장간첩 2명이 생포되고 선박 1척이 격침된것으로 끝난 3일밤 부산 다대포의 간접침투사건은 그 동안 계속되어온 북괴 무장도정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정일후계체제의 발전과 함께 난폭한 테러행위가 빈도를 더해가고 있다는데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이번 대간첩작전은 우리측 피해가 전혀 없이 적을 완전 소탕했다는 점에서 작전의 무결성을 보는 것 같아 더없이 마음 든든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적을 생포했다는 점과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더 높이 평가하고자한다.
적의 생포는 이 쪽의 희생과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는 점에서 사살보다 훨씬 어려운 작전이다. 더구나 간첩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우리측의 조작극이라고 생떼를 쓰는 북괴에 대해 이들 포로는 산 증거가 될 뿐 아니라 적정 탐지에도 큰 소득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현대전은 공·지·해의 입체적인 협조체제를 최고의 작전형태로 삼고 있다. 종적인 지휘체계 속에서 생활하고 성장해온 각군이 유사시 긴밀한 합동작전을 수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대간첩 작전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번 다대포작전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사불란한 3군의 협동으로 작전의 백미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갈채를 받을만하다.
최근의 외신을 종합해 보면 지금 북한에서는 혁명과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김정일중심의 강경소장파들이 경제건설을 중시하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실용파들을 축출하는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3명의 각료가 지위를 박탈 당했고 수상인 이종왕은 당상임위원회에서 축출됐다고 한다. 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재건과 대외관계의 개선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추진해오던 관료 테크너크래트들이었다.
강경파들은 미·일과의 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중공보다는 미·일과 대결관계에 있는 소련에 더 접근해 있고 대남정책에서는 대화보다는 무력대결을 우선시하고 있다. 아웅산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잇달아 일고 있는 일련의 무장「테러」는 이들 김정일을 정점으로하는 군부중심의 소장 강경파들의 소행이라고 전한다.
김일성이 양파의 대결을 어떻게 보고 어느쪽에 치우쳐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현재는 강경파의 독주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 어느 파가 우세하든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계속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실용파가 건재한다면 무력대결 노선에 상당한 견제력이 된다는 것도 또한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소련에서도 집권기간이 짧고 병약한「안드로포프」가 아직 군부를 장악치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군부강경파의 세력이 강화되고 있는 이때 북한의 친소 군부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체제가 지속돼 나가는 한 앞으로도 우리에게 북괴의 무장도발은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웅산을 비롯한 잇단 실패는 60년대 말 1.21 사태와 울진·삼척침투실패후 대남정책의 강경파 책임자들을 숙청했듯이 새로운 숙청을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번 다대포의 승전보는 그런 점에서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