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덩치 작은 이색상품이 큰 몫을 하듯 새 기술개발로「규제의 벽」깨뜨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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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수출의 날」이 오면 큼지막한 수출실적에 끼여서 나름대로 빛을 내는 수출상품이 등장하곤 한다.
이름하여. 이색수출상품.
비록 덩치는 작을지 몰라도 수출상품 대열에 들어서서 당당히 한몫을 해내고 있다.
올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어느 메이커가 무선전화기로 놀랄만한 수출실적을 올렸는가 하면 베이비벨·세발자전거·왕골인형등등이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이러한 이색상품들도 우리의 수출신장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은행잎·떡갈나무잎같은 원자재 (?)가 이색상품으로 꼽혔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를 살린 가공상품이 그 자리를 넘겨 받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에 독창적인 고안을 가미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날로 높아가는 수출규제의 벽을 피해갈수도 있고, 시장을 개척하기도 쉽다는 것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우리의 수출실적을 보면 누구나 대견한 마음을 갖게 된다.
62년 5천여만달러의 수출을 했던 것이 8년 만인 70년엔 10억달러, 다시 7년만인 77년엔 1백억달러를 넘어섰고 다시 4년만에 2백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제 5백억달러가 시간문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수출의 급신장은 그대로 우리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말해준다.
얼마 안되는 1차산업 위주에서 경공업으로, 이어서 중화학공업으로….
다른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5백억달러에 보다 빨리 이르려면 기술집약산업이 더 속도를 올려야만 한다.
이는 곧 우리경제에 주어진 과제가 오로지 기술개발뿐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색상품뿐만 아니라 우리 특유의 고도기술상품이 계속 탄생해야만 수출의 질·양이 모두충실해진다.
이를 일컬어 제4차산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할수있을 거다. 얼마전 이땅에도 다녀간「W·W·로스토」박사는 경제발전 5단계설로 유명한 경제사학자다. 그는 최근 『야만적인 반혁명』이라는 저서를 통해 「제4차산업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공장생산이라는 1차, 철도·철강산업발달이라는 2차, 에너지·화학제품출현이라는 3차의 산업혁명을 해오면서 발전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유전자·로보트등 새로운 4차산업혁명기에 들어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야말로 번영을 약속 받는다고 강조하고있다.
다시 말하면 고도의 기술산업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우리는 어떤가. 아무래도 기술산업분야에서도 개발도상국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일본이 생산력이 세계 제일이고, 기술면에서도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도 기술개발 면에서는 아직 한발 뒤늦고 있다.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TV는 지난번에 자기나라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특집 방영한 모양이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반도체·철강·자동차등 주요분야에서의 응용기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초기술·기술개발의 바탕이 되는 기술부문에서는 기술선진국과 맞 싸울수 없다는것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 일본의 기술무역을 들어보자 기술무역이란 다른나라의 과학기술·공업기술을값을 주고 사오거나 반대로 다른나라에 파는 수출입 행위다.
80년기준 일본의 기술무역액은 수출 1천1백84억엔, 수입은 3천7백72억엔으로 대폭적인 적자를내고 있다. 기술무역수지비율(기술수출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숫자)은 0.31. 아메리카는 8.03%이다.
이 비율이 1을 상회하면 혹자, 하회하면 적자다.
좀 낡은 숫자지만 74년기준 우리의 기술무역액은 수입1천7백여만 달러에 수출은 제로. 기술무역수지비율도 역시 제로다. 이 추세는 지금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수출의 확대를 위해서나, 고도산업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나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것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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