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민주당과 통합 반대… 노 대통령, 여당에 "창당 초심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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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은 14일 "지금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것이 시대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당 의장 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임시 지도부인 비상집행위원들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는 정치적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이고, 정당은 정치이념을 함께하는 결사체"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김만수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창당 초심' 발언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지역정당을 벗어나고, 지역주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민주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도 '창당 초심 언급이 통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말 그대로 보면 되며, 창당 초심은 다 아는 것 아니냐"며 "지역구도 극복이라든지, 큰 것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돼 온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노 대통령은 "멀리 내다보면서 자신의 정치노선과 정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국민께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정당과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시적인 유불리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적어도 노선과 정책으로 정당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노선과 정책에 충실하면서 멀리 보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분리 원칙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 원칙은 정치문화의 변화에 따라 세워지고 지켜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원칙 하에서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당과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10.26 재선거 참패 후 당의 혼란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금은 불안하지만 옛날에 많이 겪어봤고 훌륭하게 극복해온 일"이라며 "미래의 낙관적 전망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된 뒤 덜렁덜렁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동서화합 합시다'라고 손을 내밀었다 지지율을 한꺼번에 3분의 1이나 잃었다"며 "그 뒤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각해 보면 개인이나 조직이나 나라나 다 시대 흐름에 따르는 각기 운명이 있어,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을 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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