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필요성 있지만 여건 갖춰지면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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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기업이 어느 정도 투명한 소유지배 구조를 갖추면 타기업 출자를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조속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오성환(사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최근 '공정거래 심결 소회'라는 책을 출간했다. 주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처리한 20건의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의 적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공정위 독점.경쟁국장을 거친 뒤 상임위원을 3년간 역임하고 올해 1월 퇴임했다. 책에는 현재 공정위의 정책과는 방향이 다른 얘기도 적잖이 담겨 있다. 오 고문은 "소회를 말하다 보면 사건의 심결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대목도 나올 수 있지만 공정거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오 고문은 공정위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출총제에 대해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여건이 갖춰지면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총제는 꼭 필요한 투자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예외를 인정받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행정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가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기업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고문은 "상품 구매액의 10%로 제한하는 경품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시점"이라는 주장도 폈다. 본 제품보다 경품에 매료돼 상품을 사는 것이 소비자 이익에 반하고 경쟁 질서를 왜곡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 고문은 경품 제한은 정부가 기업체의 판촉 수단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으로 규제 개혁의 선도 부처인 공정위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 고문은 "경품 규제 등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경쟁 촉진보다는 규제를 위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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