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줄기세포 윤리 시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제럴드 섀튼 박사의 결별 선언으로 시작된 논란이 어떤 식으로 매듭 지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황 교수의 주요 연구 협력자였던 섀튼 박사의 문제 제기는 황 교수의 연구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황 교수의 주요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이 오른 섀튼 박사가 갑작스럽게 결별선언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된 난자 기증과 관련된 문제를 지금 들고 나온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난자 기증 문제 있었나=황 교수는 난자 기증과 관련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는 모두 본인 동의를 받아 기증받은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대학원생.직원 등 연구책임자의 제안을 뿌리치기 힘든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기증 받았느냐가 이번 윤리성 논란의 핵심이다.

이 문제는 황 교수팀이 지난해 2월 사이언스에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부터 제기됐다. 그해 5월 6일 '네이처'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생식세포인 난자를 황 교수팀이 별다른 설명 없이 242개나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난자 제공자 중 한 명이 당시 황 교수의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현재는 모 의대 교수)이었는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 불법 난자 매매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난자 기증 문제에 다시 관심이 쏠렸다. 특히 황 교수에게 난자를 제공해 온 서울 강남구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황 교수도 불법 매매된 난자를 연구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노 이사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에게 제공된 모든 난자는) 기증자의 동의를 얻어 합법적으로 제공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도 "지금까지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한 난자 가운데 불법으로 거래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의대 권복규(의료윤리) 교수는 "난자를 연구에 활용하려면 기증자가 난자 채취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동의(informed consent)해야만 윤리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대가나 외부 압력 없이 자유로운 의사로 기증한 난자만을 연구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리 논란 불식시켜야 연구 성공=6월부터 석 달간 황 교수의 연구가 윤리적인 하자 없이 진행되고 있는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황 교수팀과 함께 생활한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 현인수 교수는 "황 교수팀은 미국 과학자들보다 오히려 윤리 문제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엔 분명히 이런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 초기 단계부터 생명윤리학자를 참여시키고 윤리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또 네이처가 제기한 '난자 제공의 윤리성' 문제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양대 의대 김계성(해부세포생물학)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와 시술은 윤리적.사회적.법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며 "연구자들은 사안마다 철저한 윤리적.법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참여 밝혔던 해외 연구자들 섀튼 결별에 영향 받을 수도
줄기세포허브 어떻게 되나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는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출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그가 황우석 박사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 사실이라면 허브의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장류 복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섀튼 교수는 복제양 돌리 탄생의 주역인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 등과 함께 한국에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던 인물이다.

8월엔 직접 방한해 서울대병원 측과 구체적 설립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역할 때문에 지난달 14일 허브의 초빙교수로 위촉됐다.

허브 출범식에 참가했을 당시 섀튼 교수는 "한국은 일반 국민에서 지도층까지 줄기세포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 합의도 어느 정도 이뤄져 있어 허브로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섀튼 교수는 줄기세포의 임상 직전 연구 단계에서 시행하게 될 영장류 대상 실험에도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섀튼 교수는 올 8월 발표된 복제개 '스너피' 연구 등 네 개의 황 교수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허브의 줄기세포 등록관리부장인 윤병우 서울대의대(신경과) 교수는 "섀튼 교수가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섀튼 교수가 빠진다고 해도 해외의 많은 연구자가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허브의 연구나 운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년간 수백 명의 과학자가 서울에 있는 황 교수의 연구소를 방문해 상당수가 그와의 공동연구를 제안했다"며 "따라서 섀튼 교수의 발표는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황우석·섀튼 박사 공동연구
"복제 개 올해 최고 발명품"
타임 최신호 소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가장 놀라운 발명품으로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발매된 타임 최신호는 "8월 황우석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스너피는 아프간하운드종에서 얻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다음 다른 체세포의 핵을 대신 집어넣는 '체세포 핵치환법'을 이용해 복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너피 복제에 사용된 체세포 핵치환법은 영국 과학자들이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기법"이라고 덧붙였다. 스너피 복제에는 섀튼 박사도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타임은 스너피 외에 수소연료전지 엔진을 단 자전거와 1회용 비디오 캠코더, 음성명령을 인식하는 로봇 고양이 등도 올해의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소개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